"아랫집이 녹차향 피워 미치겠다"…악취 원인 '놀라운 반전'

입력 2021-12-22 11:13   수정 2021-12-22 11:32


아래층에서 올라오는 악취 때문에 3년 동안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는 A 씨의 사연이 공개됐다. 하지만 전문가 조사에 따라 악취의 원인은 A 씨 집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놀라움을 자아냈다.

지난 21일 방송된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는 악취 때문에 층간 갈등이 빚어진 사연이 공개됐다.

A 씨는 "집안으로 냄새가 쫙 올라오는데 미치겠더라. 향 냄새가 난다"고 했다. A 씨가 생각하는 악취의 원인은 아래층이었다. 그는 "저 집에서는 자기네 집에선 냄새가 하나도 안 난다고 하더라. 굿을 하는지 제사 지낼 때 향을 쓰는 데 우리가 하도 항의를 하니까 이제는 녹차 향을 피운다"고 주장했다.

이어 "벽 구멍, 천장 등 작은 구멍을 통해 새어 들어와 냄새를 막기도 어렵다"고 했다. 그는 창문을 열면 기다렸다는 듯 냄새가 들어와 황당할 지경이며 평소에도 공기청정기 두 대를 가동 중이라고 했다.

A 씨 남편은 "내가 비염 환자라 냄새를 잘 못 맡는다. (냄새 때문에) 아랫집이랑 왜 싸워 그러다가 공기청정기를 사줬다"고 했다.

A 씨는 3년째 계속되는 악취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 지도 오래됐다. 그는 "안방 벽 쪽에 머리를 두고 못 잔다. 냄새가 계속 올라오기 때문이다. 시간에 맞춰 냄새가 난다. 7시, 9시, 11시, 2시, 4시 등 이렇게 난다. 신경을 쓰니 이마가 떨린다. 병원에 갔더니 신경안정제를 주더라"라고 토로했다.

악취 때문에 평소 집안에 머물지 못하는 A 씨는 밖을 떠돌았다. 그는 "집에 있으면 스트레스받아서 운동하고 밖에 있다가 저녁에 들어온다. 집에 따듯하게 누워있으면 얼마나 좋나. 그걸 못하니 속상하다"며 울분을 드러냈다.

A 씨는 원래 살던 아래층 주민이 이사 가고 새로 이웃이 들어온 후 냄새가 시작됐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올해 6월부터 매일같이 항의 방문을 하고, 엘리베이터 등에도 안내문을 붙였지만 악취가 사라지기는커녕 냄새가 더욱 심해졌다고 했다.

A 씨는 악취에 대응하기 위해 소음을 만들어 냈다. 그는 "발로 쾅쾅하면 냄새가 안 난다. 그랬더니 아래층에서 층간소음으로 경찰에 신고를 했다. 경찰이 왔는데 나도 냄새가 너무 나서 신고하려고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사건의 발단이라고 추정한 아래층엔 냄새를 유발할 어떤 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아래층 주민은 "자꾸 냄새난다고 쿵쿵거리는데 냄새날 물건이 하나라도 있으면 억울하지도 않을 것 같다. 장롱문까지 다 열어봤다. 내가 무당인 줄 알더라"라고 토로했다.

A 씨는 "냄새가 나서 세상을 버리고 싶었다. 둑에서 얼마나 우는지 모르겠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아 더욱 서러웠다. 냄새만 안 나면 세상 편하고 행복하게 살 텐데"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에 실내환경 전문가가 특수 장비를 이용해 A 씨 자택에서 냄새가 강하게 나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측정했다. 하지만 집중 포인트에서 확인한 결과 아무 곳도 반응하지 않았다.

A 씨 방을 살피던 전문가는 화장대 위에 놓인 클렌징크림을 발견했다. 장비를 이용해 측정한 결과 평균치의 무려 8배가 넘는 악취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클렌징크림을 열어보니 유통기한이 한창 지나 이미 부패한 상태였다. 전문가는 "녹차 냄새난다고 하시지 않았나. 그런데 이거 녹차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밀봉을 했을 때 은은하게 났던 냄새가 베란다 문을 열었을 때 와류 때문에 냄새가 확 들어오는 듯 느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의 말에 A 씨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향 피우는 냄새가 엄청났고 자꾸 수시로 바꾸는 냄새가 났다. 그래서 지금 말씀하시는 게 너무 황당하다"고 했다.

전문가는 "원인이 백 퍼센트 맞다 틀리다가 아니라 일단 원인이 될만한걸 하나 찾아봤으니 오늘 그걸 치우고 며칠 주무셔보라"고 조언했다.

전문가의 말을 믿지 않았던 A 씨는 결국 조언대로 화장대에서 오래된 화장품을 치우고 며칠 생활을 했다. 다시 찾은 제작진에게 A 씨는 "밤새도록 잘 잤다. 냄새도 안 나니 상쾌하고 공기도 맑으니 잘 잤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그동안 이웃에 했던 행동이 미안했던지 떡을 돌리며 사과를 하러 다녔다.

신경외과 전문의는 "냄새가 존재를 한다면 환취의 가능성보다 후각적 예민성, 특정 냄새에 예민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냄새가 나는 것만으로도 괴로운데 주변 사람들이 아무도 이해해 주지 않고 인정해 주지 않으면 주변의 상황들에 끼워 맞추거나 의심을 하는 거다. 원인이 있다면 당연히 제거를 하면 상당 부분 해결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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