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동조합들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반영해 근로자 임금을 조정하는 안을 기업에 요구해 관철시키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미 인플레이션이 치솟아 실질임금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유례없는 구인난으로 근로자들의 협상력이 강해진 결과다.
21일(현지시간) 미 식품회사 켈로그의 노조원 1400여명은 2개월 반 동안 이어온 파업을 종료했다. 소비자물가를 반영해 임금을 인상하는 생계비용조정(COLA·cost-of-living adjustments)을 포함한 노사협상이 타결됐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미 농기계회사 디어앤컴퍼니(존디어) 노조가 3개월 간격으로 인플레이션을 반영해 임금을 조정하는 COLA를 도입하는데 사측과 합의하고 5주일 동안 이어온 파업을 끝냈다. 다른 기업 노조들도 COLA를 사측에 요구했거나 요구할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플레이션과 노동력 부족, 강해진 노조가 COLA의 부활을 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물가상승세가 강했던 40~50년 전에는 COLA를 요구하는 노조가 많았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면서 COLA는 근로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그러나 최근 인플레이션이 심상치 않아지자 근로자들은 다시 COLA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6.8% 급등하며 39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최근 미 전역의 구인난이 심화하면서 근로자들의 요구를 사측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COLA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을 반영해 임금을 높일 경우 또다시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악순환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COLA가 인플레이션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일고 있다. COLA를 실제로 채택하는 기업이 많지는 않다는 점이 이유다. 또한 현재 노조 가입률(민간 기준)이 6.3%로 1983년(16.8%)보다 대폭 낮아져 있어 노조의 영향력에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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