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을 70여 일 앞두고 제1야당 당대표가 선거대책위원회 내 모든 직책을 내려놓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새로운 각오로 선대위를 꾸려나가겠다"고 말했다. 선대위 복귀 종용 등 이준석 대표에 대한 후속 조치를 실시하지 않겠다는 의도인 것으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은 22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 대표는 어제 사퇴한 것으로 일단락됐다고 판단한다"며 "예를 들어 정치인이 한번 국민 앞에 선언하면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관행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우리는 어제까지 벌어졌던 이 대표와 조수진 전 공보단장 사이의 사태를 그것(사퇴)으로 마감하겠다"며 "앞으로 우리 선대위가 어떻게 효율적으로 선거에 임할 것인가 하는 새로운 각오를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사퇴를 선언하면서 '세대결합론'이 사실상 무산됐다고 한 것에 대해선 "선거가 개별적인 사람에 따라서 한 세대가 따라가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이 대표의 사퇴로 젊은 세대의 지지가 탈락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대선후보가 전반적으로 대한민국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이라는 기준을 제시하면 모든 세대가 거기에 따라가는 것이지 사람들이 특정인을 보고 투표하는 게 투표의 성향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대표는 전날 국회 본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선대위 내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선대위 구성원이 상임선대위원장의 지시를 따를 필요가 없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할 수 있다면 이건 선대위 존재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20일 선대위 비공개 회의에서 벌어진 조수진 최고위원과의 충돌을 의미하는 것으로, 당시 이 대표가 조 최고위원에게 '윤핵관'(윤석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발 언론 보도에 대응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리자 조 최고위원이 "내가 왜 대표의 말을 들어야 하느냐"고 반발했다고 한다.
윤 후보의 말만 듣겠다는 취지로 당대표를 사실상 거스른 셈이다. 이 대표는 이날 책상을 강하게 내리치며 회의장을 이탈하는 등 격앙된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밤 조 최고위원도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과 당원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선대위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그는 "정권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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