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는 시장이 예상한 범주 안에 꼭 들어맞는 형태로 나타났다. 오미크론으로 파급된 경기 회복세 둔화와, 만연한 인플레이션 압력이라는 상반된 변수들을 두고 섣부른 행동을 하고 싶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유럽중앙은행(ECB) 또한 내년 3월 팬데믹 양적완화 프로그램(PEPP) 중단을 예고했지만, 투 트랙으로 진행되던 기존 양적완화프로그램(APP)을 일시적으로 증분함으로써 버퍼를 제공하기도 했다. 매우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12월 중앙은행들의 긴축 조치는 이전보다 진일보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완화적인 것으로 판단 가능하다.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지속될 수 있는 배경은 아직 유효한 것이다. 그리고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는 아직 시기상조이기도 하다.
조심스러운 통화당국의 긴축행보는 증시의 하방을 공고히 해주는 요소가 된다. 여기에 중국의 부양선회 가능성까지 부상한다면,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심리는 더욱 개선될 여지가 많을 것이다. 다만 이야기로만 떠돌던 통화 긴축이 이제 실체화된다는 점은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이 된다. 12월의 중앙은행들의 행보는 생각보다 온건함이 분명하지만, 유동성 공급의 축소와 그 후에 이어지는 금리인상 흐름은 분명 투자자의 태도 변화를 촉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FOMC 당일과 그 다음날의 반응이 상반됐던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 가능하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은 시장 색깔의 변화로 나타날 수 있다. 금리인상으로 파급되는 금융비용 증가는 그간 가격 상승세가 높았던 종목에 차익실현 압력을 제공할 수 있다. 현금흐름 창출이 불확실한 성장주 유형의 경우 과거보다 더욱 가혹한 잣대로 평가될 소지도 다분하겠다. 반면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위험선호가 유지될 수 있는 여건임을 고려한다면, 상대적으로 가치 매력이 돋보이는 업종과종목에 대해선 선별적인 매수세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팬데믹 이후 3배 가까이 상승한 미국 기술주 유형과 달리, 국내 증시 전반은 여전히 상대적인 저평가 영역에 머물러있다. 긴축 행보가 가시화될수록 가격 메리트가 중요한 매수 조건이 될 것임을 상정하면,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외국인 매수세는 당분간 더 연장될 확률이 높다고 본다. 특히 국내 반도체 중심의 전기/전자 업종의 경우, 첫째, 업황 바닥 통과 기대감이 부상하는 가운데, 둘째, 비교그룹 대비 밸류에이션 레벨이 낮고, 셋째, 큰 사이즈 특성 상 패시브 수급의 수혜가 반영될 수 있기에 반등을 더 기대해 볼 수 있다. 더불어 이러한 대형 IT의 선전은 지수 전반의 탄력을 높이는데 기여 가능할 것이다.
국내 증시는 당분간 긴축 해석의 시간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지수 변동성은 다분히 높아질 수도 있다. 해당 시점에 안전벨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것은 주식의 객관적인 저평가 요인이 될 것이다. 앞서 언급한 국내 전기/전자와 함께, 대형 바이오, 금융, 그리고 소재와 자동차 업종 등에 관심이 유효할 것이다. 연말 특성상 배당 변수 역시 주요 고려 사항이 될 수 있다. 성장주 유형의 경우 시가총액 상위에 포진한 대형주로 압축할 필요가 있다. 스토리텔링으로 상승한 주가는 금리상승 구간에 취약성이 노출될 것이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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