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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에너지 업계가 에너지 가격이 내년 봄에 최대 50% 오를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23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에너지 업체 연합체인 에너지UK는 다음 에너지 가격 상한제 조정일인 내년 4월 1일에 에너지 가격 상한선이 ㎾h당 1277파운드에서 최대 2000파운드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영국 에너지당국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에너지 가격 상한선을 설정하고 있다. 이 상한선은 6개월마다 조정된다.
엠마 핀치벡 에너지UK 최고경영자(CEO)는 “이제는 국가적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수준”이라며 “영국 정부가 다른 유럽 국가들처럼 세금 감면 조치 등을 통해 서둘러 에너지 가격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에서 천연가스 도매가격은 최근 2개월 동안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영국 정부가 에너지 가격 상한제를 통해 비용을 에너지 업체들에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8월 이후 영국에서 천연가스 가격 급등에 따른 손해를 견디지 못하고 파산한 에너지 업체만 26곳에 달한다. 에너지 가격 상한제로 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을 에너지 기업이 떠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가디언은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에너지 가격 상한제는 언젠가는 터질 댐”이라고 전했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난방 수요가 많은 겨울철에 러시아가 야말-유럽 가스관의 공급을 끊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가스 수요 감소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유럽연합(EU)과 우크라이나 문제 등을 놓고 기싸움을 하면서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끊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유럽 천연가스 시세의 기준이 되는 네덜란드 TTF 1월 물은 지난 21일 전날에 비해 22.7%나 급등해 사상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영국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5.1% 상승해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앤드루 베일리 영국 중앙은행(BOE) 총재는 “천연가스 도매가격이 더 오르면 내년 초 영국의 물가상승률은 6%까지 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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