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공급망 실사법 곧 윤곽…LG엔솔 분쟁광물 관리 인상적"

입력 2021-12-27 08:56   수정 2021-12-27 08:57



기업의 공급망이 인권과 환경의 측면에서 지속가능한지를 공권력이 실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EU 공급망 실사법 제정이 현지 기업계의 반발 속에서도 내년 2~3월께 모양새를 드러낼 전망이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이 EU의 공급망 실사법 제정에 잘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배터리 원료로 쓰이는 분쟁광물 관리를 일찌감치 시작한 LG에너지솔루션이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대신경제연구소는 최근 ‘EU 공급망 실사법 제정과 기업 대응(사례)’ 보고서를 통해 지난 3월10일 채택된 ‘기업 실사 및 기업 책임에 관한 유럽 의회의 EU 집행위원회에 대한 권고 결의안’에 따른 EU 집행위의 법안 제정 동향과 국내 기업들의 준비 현황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법안 제정은 기업계의 반발에 난항을 거듭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EU 의회의 권고안을 받은 EU 집행위는 1년 안에 법안을 제정해야 할 의무가 있다.

서정규 대신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EU 집행위는 당초 6월에 공급망 실사 법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여러 차례 미룬 결과 발표 시기를 내년 2~3월까지 연기했다”고 전했다. 그는 “프랑스가 자국의 공급망 실사법을 마련했을 당시 업계의 극심한 반대로 법안 채택까지 4년이 소요된 바 있다”며 “EU 회원국 27개국을 아우르는 법안 도출이 난항을 겪는 건 예상가능한 범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신경제연구소는 EU집행위의 법안 발표 시기가 다소 지연된다 해도 언젠가는 공급망 실사법이 제정돼 시행되는 건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법안 제정 과정에서 EU 의회가 권고한 실사 범위에서 역외 기업이 빠질 수는 있지만, 역외 기업이 공급망 실사법의 영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라고 대신경제연구소는 내다봤다. EU 의회의 권고안에서는 유럽 지역에 사업장을 갖고 있는 기업은 물론이고, 자회사, 공급업체, 하청업체 등까지 실사 범위에 포함하고 있다.

서 연구원은 “설령 역외국 기업에 공급망 실사법안이 직접 적용되지 않아도 유럽 바이어들로부터 동등한 수준의 실사 이행을 요구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 기업들로서는 EU 차원의 기업실사 의무화에 충실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대신경제연구소는 유럽의 공급망 실사법에 잘 대비하는 기업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 등을 꼽았다. 공급망 내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수준 제고, 협력업체 행동규범 공유, 협력업체 평가 및 교육 등을 위해 IT기업들 위주로 2004년 설립된 협의체인 RBA(Responsible Business Alliance)에 가입된 기업들이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RBA 산하의 RMI(Responsible Minerals Intitiative)에도 2019년 가입했다. 배터리 원료인 광물 관련 ESG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서 연구원은 “배터리 산업은 원재료 특성상 분쟁 광물 이슈가 있고, 윤리적이고 투명한 공급망 관리가 다른 산업보다 중요하다”며 “2016년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을 통해 배터리 소재의 하나인 코발트 공급망의 아동노동 이슈가 제기된 이후 책임 있는 공급망을 운영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왔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18년 코발트 산지인 콩고민주공화국의 소규모 영세 광산을 직접 실사해 아동노동 실태를 점검하고 결과를 회사 홈페이지에 공개한 바 있다.

서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배터리업계 최초로 RBA에 가입해 신규 협력업체 선정 단계에서부터 공급망 관리 체계의 적정성을 사전 검증하고, 정기 ESG 평가 및 리스크 개선 이행 점검을 통해 공급망 이슈를 선제적으로 파악 및 관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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