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한 '대선 정책 테마주'…건설주마저 지지부진

입력 2021-12-27 17:42   수정 2021-12-28 02:04

“‘이재명 테마주’는 나와 아무 관계가 없으니 절대 투자하지 마십시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5일 한 유튜브 채널에 나와 한 말이다. 그는 이재명 테마주라고 해서 들어보니 그의 고향인 경북 안동에 터전을 둔 기업, 자신과 동문이 이사로 있는 기업 등이었다며 “그 인연이 기가 차더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윤 후보와 같은 파평 윤씨가 회장으로 있는 기업 등이 테마주로 묶였다.

‘학연·지연 찬스’에 기댄 정치 테마주가 들썩이는 동안 후보들이 제시한 정책에 근거한 ‘정책 테마주’는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대통령 선거 몇 개월 전부터 조 바이든 테마주로 분류된 친환경 주식이 랠리를 했던 것과는 다른 흐름이다. 한 증권사 투자전략팀장은 “양쪽 후보 모두 현 정부와의 차별화에 초점을 맞추면서 정작 두 후보 사이에는 정책이 차별화되지 않고 있다”며 “개인사에 공격이 집중되면서 각 후보가 내건 ‘정치적 담론’도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양쪽 후보 중 누가 되더라도 수혜를 볼 것이라고 언급된 업종은 건설주였다.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공급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여야 대선 후보 모두 임기 내 250만 가구 공급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럼에도 건설주 주가는 지지부진하다. KRX건설지수는 지난 7월 고점 대비 15% 하락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급 확대 공약은 결국 주택 가격을 잡기 위한 수단”이라며 “건설사가 마진을 높이기 쉽지 않은 환경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전 관련주가 거의 유일하게 살아남은 정책 테마주다. 원전 관련주는 ‘탈(脫)원전 정책 폐기’를 언급한 윤 후보의 테마였다. 최근 이 후보도 ‘탈원전’ 대신 건설 중인 발전소는 계속 지어서 가동 연한까지 사용하겠다는 ‘감(減)원전’ 정책을 기조로 내걸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원자력 발전과 천연가스를 ‘녹색 분류 체계(그린 택소노미)’에 포함시킬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양측 후보 모두 탈원전 기조의 변화를 언급한 데다 원전이 ‘친환경 에너지’에 포함된다면 글로벌 환경에서도 호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책 테마주가 사라진 것은 정치 권력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줄어들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의 자율성이 커진 시기였던 노무현 정부 때부터 과거만큼 거대한 테마는 거의 생기지 않았다”며 “기업과 시장의 자율성이 커지면서 정책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명박 정부 당시 4대강 테마를 탄 중소형 건설주가 급등하긴 했지만 예전만큼 큰 테마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노태우 정부 땐 신도시 200만 가구 건설 공약에 건설주가, 김영삼 정부 땐 인수합병(M&A) 규제 완화(증권거래법 200조 폐지)에 대한 기대로 자산주가, 김대중 정부 땐 정보기술(IT) 붐과 벤처 기업 육성으로 코스닥 기업이 테마주가 된 바 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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