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 파출소 소장님께'…미국서 온 70대 노인의 편지 '뭉클'

입력 2021-12-28 11:00   수정 2021-12-28 13:04

지난달 중순 서울 서대문경찰서 신촌지구대를 찾은 70대 노인이 경찰들에게 노란 봉투를 내밀었다. 그는 "미국에 사는 친구 A씨(72)의 부탁"이라고 덧붙였다.


‘존경하는 신촌파출소 소장님께’라고 적힌 편지 봉투를 열어보니 A씨의 편지와 2000달러 수표가 들어 있었다.

현재 미국에 살고 있는 A씨는 대학생이던 1970년대 중반, 강원도 농촌에서 상경해 신촌에서 힘들게 살고 있었다고 한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하던 어느 겨울날 밤, 그는 신촌시장 뒷골목 리어카에서 홍합을 파는 아주머니들을 봤다.

배가 몹시 고팠던 그는 아주머니들에게 “돈은 내일 갖다 드릴테니 홍합 한 그릇을 먹을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이가운데 한 분이 선뜻 뜨끈한 홍합 한 그릇을 내주셨다고 했다.

A씨는 "그 아주머니에게 너무나 감사했지만 다음 날이라고 돈이 없는 건 마찬가지여서 결국 갚지 못했다”며 "이후 50년간 죄책감과 마음의 빚을 지고 살았다"고 전했다.

그뒤로 A씨는 군대에 입대했고 군 복무를 마친 후에는 미국 이민 길에 올랐다. 그는 “친절하셨던 아주머니에게 거짓말쟁이로 살아왔다”며 "너무 늦었지만 어떻게든 아주머니의 선행에 보답해 드려야겠다는 생각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편지를 보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역 내에서 가장 어려운 분께 따뜻한 식사 한 끼라도 제공해달라"는 게 그의 부탁이었다.

편지를 받은 황영식 신촌 지구대장은 기부자의 의사에 따라 지난 23일 신촌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마봄협의체)에 돈을 전달했다. 전달식은 28일 오전 10시 30분에 열렸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