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대형은행에서 사측은 희망퇴직 연령 하향을 꺼리고 노조는 연령대를 낮추길 원하고 있다. 통상 노조가 인력 구조조정에 반대하고, 사측이 확대를 원하는 기존 노사 구도와 다른 양상이다. 두둑한 희망퇴직금을 챙긴 뒤 인터넷은행 및 핀테크 업체로 이직을 원하는 젊은 조합원들의 요구가 노조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내년 초까지 희망퇴직 조건을 확정한 뒤 1월 말 인사를 앞두고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전망이다. 은행 관계자는 “노조가 40대 초반까지 희망퇴직 연령을 낮추기를 원하고 있다”며 “그간 지점 폐쇄에 따른 유휴인력 감축을 위해 희망퇴직을 유도한 게 사측이었는데, 올해부터 기류가 정반대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지난 1일부터 노사가 희망퇴직 조건 협의를 시작한 국민은행에선 노조 측이 1974년생까지 희망퇴직 연령을 낮추자고 사측에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965년생부터 1973년생까지 희망퇴직을 받았다. 올해는 1973년생을 대상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게 사측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2018년 희망퇴직 당시 1978년생 이상(40세)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다수의 40대 초반 은행원을 포함해 총 708명이 희망퇴직을 했다. 2017년(281명)의 두 배가 넘는다. 이후 신한은행은 희망퇴직의 ‘연령 하한선’을 끌어올렸고, 지난 7월 중간 희망퇴직 땐 1972년생(49세)까지만 신청을 받았다. 은행들은 희망퇴직을 시행하면서도 조직의 중추 역할을 해야 할 30대 후반, 40대 초반이 한꺼번에 조직을 떠나는 현상을 부담으로 여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 핵심인 40대 초반이 대거 조직을 이탈하면 간부와 초급 직원들을 잇고 조직문화를 지켜야 할 ‘허리’가 끊기는 것”이라고 했다.
은행이 희망퇴직 연령을 다시 높이는 건 정보기술(IT) 담당자 등 핵심인력의 유출 문제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개발자들은 몸값이 한창 높아지는 30대 중반~40대 초반 이직하는 일이 잦다. 은행 소속 IT 담당자로선 특별퇴직금 등 각종 혜택까지 챙길 수 있는 희망퇴직이 유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핵심인력이 경쟁업계인 핀테크나 인터넷은행으로 유출되면 큰 타격이라는 게 은행들의 얘기다. 은행의 해고가 경직돼 있다 보니 희망퇴직을 벌여야 하는데 이때 정작 줄여야 할 인력은 물론 핵심인력이 떠나는 의도치 않은 현상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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