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 분야에서 배송 전쟁이 벌어지기 시작한 건 올 들어서다. 카카오그룹에 편입된 여성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는 지난 6월 ‘직진배송’을 내놨다. 밤 12시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날 배송해 주는 서비스다. 브랜디는 당일 배송에 무료 반품까지 더한 ‘게릴라 이벤트’를 선보이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의류에 새벽배송, 무료 반품을 선보이면서 시장 경쟁에 불을 붙였다”고 말했다.
패션이 주력 판매 상품인 CJ온스타일이 최근 식품 새벽배송에 뛰어든 것도 ‘느리면 뒤처진다’는 판단에서다. 식품으로 상품군을 넓히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배송 전쟁에 참전했다는 관측이다. 화장품을 주로 판매하는 올리브영은 3시간 만에 상품을 배송하는 ‘즉시배송’까지 운영 중이다. 아모레퍼시픽 아리따움도 최근 요기요와 손잡고 즉시배송을 시작했다.
빠른 배송이 일종의 마케팅 수단이 되기도 한다. 패션·화장품 기업만 해도 갑자기 추워진 날씨나 다음날 일정에 맞는 상품을 찾는 소비자의 만족도가 높다. 휠라코리아 관계자는 “당일배송은 시간(time) 장소(place) 상황(occasion)을 고려한 ‘TPO 마케팅’을 강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시 상품을 손에 쥐는 오프라인과의 경쟁을 위해서도 배송 속도를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배송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물류 스타트업이 수혜를 누리고 있다. 메쉬코리아가 대표적이다. 데이터에 기반한 디지털종합물류기업을 표방하는 메쉬코리아는 화장품 배송을 비롯해 호텔 뷔페 메뉴, 신선식품, 맛집 인기 음식 등 기업이 원하는 거의 모든 걸 빠르게 배송해 주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미 매출 2000억원을 넘었다. 매출로는 대형 패션 플랫폼인 무신사와 비슷한 규모다.
분야별로 특화된 물류대행 스타트업의 활약도 커지고 있다. 마켓컬리에서 독립한 팀프레시는 신선식품 전문이다. 의류에 강점이 있는 로지스밸리는 CJ온스타일과 롯데홈쇼핑 등의 빠른 배송을 맡았다. 물류업계 관계자는 “물류 전문 스타트업의 활약 덕분에 좋은 아이템과 비즈니스 모델, 소비자가 만나는 온라인몰만 있으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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