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이 부회장을 정점으로 했던 실무 지휘체계를 대폭 뜯어고친다. 부회장이 실무별 총괄을 거느리며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구조를 개편해 총괄임원이 최종 권한을 갖도록 단순화했다.
하나금융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글로벌, 디지털 부문을 각각 이끌어왔던 함영주·이은형·지성규 부회장도 다른 임원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총괄 역할을 맡게 된다. 조직 효율성을 높이고 임원의 책임 경영을 강화한다는 취지인데, 일부에서는 부회장의 업무 영역과 역할이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올 연말 임기 만료를 앞뒀던 함영주 부회장은 내년부터 그룹ESG총괄을 맡아 임기를 이어간다. 2016년부터 하나금융의 안살림을 이끌어온 그는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김정태 회장을 이을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힌다.
하나금융은 ESG·글로벌·디지털 담당 부회장 3인이 6개 총괄 영역을 관할하는 구조다. 함 부회장은 그룹지원총괄(COO)과 그룹사회가치총괄(CSVO)을, 이은형 글로벌 부회장 겸 하나금융투자 대표는 그룹글로벌총괄(CGSO)을, 지성규 디지털 부회장은 그룹디지털총괄(CDIO)과 그룹데이터총괄(CDO)·그룹ICT총괄(CICTO)을 아울러 관리했다. 총괄임원은 부사장·상무급 임원이 맡아 담당 부회장에게 배속됐다. 하지만 개편되는 체제에서는 6개 총괄 영역이 부회장의 휘하를 벗어나 사실상 독립된다. 총괄임원이 최종 전결권을 갖고 실무 부서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지는 구조다. 부회장들도 부사장 등 다른 임원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총괄임원을 맡는다.
이에 따라 기존 부회장 3인은 부회장직은 그대로 유지하되 내년부터 총괄 역할을 하게 됐다. 함 부회장은 내년부터 신설되는 ESG총괄에, 이 부회장은 글로벌총괄에, 지 부회장은 디지털총괄에 임명됐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부회장 중심의 그룹 운영 체계가 현장에 좀 더 가까운 총괄임원 중심으로 전환되면 현장 임원의 책임경영 체제를 정착시킬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10년 만의 하나금융 회장 교체를 앞두고 조직 내부 안정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도 해석한다. 2012년 하나금융 회장에 오른 김 회장은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후계자로는 하나금융의 ‘2인자’인 함 부회장이 유력하게 꼽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회장이 곧 차기 회장 후보로 여겨지는 인식을 고려해 부회장들의 영향력을 미리 정리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인 신임 부회장이 개인고객·자산관리 부문을, 이동철 신임 부회장이 글로벌·보험 부문을, 양종회 부회장이 디지털·정보기술 부문을 이끈다. 자본시장·기업투자 부문은 박정림 총괄부문장 겸 KB증권 대표가 맡는다.
빈난새/박진우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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