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탄소중립위는 협의체 회의에서 어떠한 의견이 오고 갔는지 내용이 담긴 '회의록' 자료를 공개해달라고 요청한 데 대해 "회의록은 작성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탄소중립위의 이 같은 답변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업계 간담회를 자주 개최하는 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정책 수립을 위해 기업인들을 불러 모아놓고선 정작 어떤 의견이 제기됐는지 기록으로 남기지 않는다면 직무유기이거나 해당 의견을 무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경제부처 관료는 "간담회에서 모든 말을 기록으로 남기진 않더라도 핵심 내용을 간단한 형태로라도 정리해놓는 게 정상"이라며 "특히 탄소중립처럼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선 반드시 회의록을 남겨야 한다"고 했다.
탄소중립위가 26차례의 회의를 진행하면서 산업계의 의견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26번의 회의는 정부가 작년 8월 5일에 발표한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에 대한 회의 21번과 작년 10월 8일에 내놓은 NDC 목표 상향안에 대한 회의 5번으로 나뉜다.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에 대한 협의체 회의엔 산업계가 참여했지만, NDC 상향안을 논의한 5차례의 회의엔 산업계가 전혀 참여하지 못했다. 시민사회와 중소기업, 노동계, 청년단체만 참여했을 뿐이다. 탄소중립위가 10월 8일에 내놓은 NDC 상향안은 2018년 대비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종전 26%에서 40%로 대폭 올리는 내용으로, 산업계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큰 상황이었다.
NDC 상향안을 논의한 5차례의 협의체 회의마저도 10월 12일부터 10월 14일까지 단 3일 동안만 진행됐다. 4일 뒤인 10월 18일 정부는 NDC 상향안과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안을 심의·의결했다. 의견수렴 절차가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탄소중립위 관계자는 회의록을 남기지 않은 이유에 대해 "회의가 너무 많아 회의록을 일일이 작성할 여력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NDC 상향안과 관련한 협의체 회의에서 산업계가 배제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일정이 빠듯했다"고 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회의록을 작성하지는 않았지만 산업계, 노동계 등 각 협의체의 의견서를 서면으로 제출받았기 때문에 의견수렴 절차는 정상적으로 진행됐다고 본다"고 해명했다.
또 산업계(수송)는 의견서를 통해 "내연기관차를 강제로 퇴출시킬 경우 내연기관차의 친환경화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한편, 자동차 산업이 중국에 의해 좌우될 우려가 있다"며 "전기차만이 친환경차이고 내연기관차는 공해차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기술 중립적이고 개방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탄소중립위는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안에서 전기·수소차 보급률을 '97% 이상'으로 제시하면서 사실상 내연기관차 퇴출을 선언했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현실적이지 못한 탄소중립 목표와 실현방법을 내세우다 보니 회의록 미작성, 산업계 의견 배제 등과 같은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발생했다"며 "다음 정부에선 탈원전 정책 폐기를 포함해 탄소중립 실현 방법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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