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매달 질문 받는 美 대통령

입력 2022-01-02 17:19   수정 2022-01-03 00:13

2주일 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주제는 ‘강화된 코로나19 대응’이었다. 재봉쇄에 나서지 않겠지만 백신 접종률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 내 완전 접종률은 62%로, 다른 선진국보다 낮은 편이다.

이날 회견에서 언론의 관심은 질의응답에 쏠렸다. 대선 공약이던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 관련 예산안이 조 맨친 민주당 상원의원 반대로 무산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껄끄러운 질문이 쏟아졌다. 한 기자가 ‘신뢰 관계를 중시해온 대통령으로서 맨친 의원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법안 통과를 위해선 어떤 신뢰를 더 쌓아야 하는지’를 물었다. 여당 소속이면서도 물가 자극과 경제 부담 가중을 이유로 법안을 반대하는 맨친 의원과의 불화를 꼬집은 것이다.
월 2회 회견으로 궁금증 해소
바이든 대통령은 “물가 상승 때문에 약값 부담이 급증한 서민층을 돕자는 게 이 예산안의 골자”라며 “법안이 무산되면 경제 성장이 둔화할 것이란 게 골드만삭스의 경고”라고 답했다. 다른 기자가 “같은 당인 맨친 의원이 대통령과의 약속을 어긴 거라고 생각하느냐”고 후속 질문을 던지자 굳은 표정으로 “앞으로 조율하겠다”고 말한 뒤 서둘러 퇴장했다.

매번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백악관 기자회견은 이처럼 대통령과 출입기자 간 치열한 공방전이 되기 일쑤다. 대통령이 전달하려는 메시지와 국민을 대리하는 기자 간 이해가 완전히 일치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충분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지 작년 말 민간 방송사인 MSNBC와 별도 인터뷰에 나섰다. “오미크론 변이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지만 백신 접종을 하지 않으면 전 국민 의무화까지 검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대통령이 언론과 직접 소통하는 뿌리 깊은 문화를 갖고 있다. 말 주변이 별로 없어 언론을 두려워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바이든 대통령도 작년 1월 취임 이후 벌써 아홉 차례 기자회견을 했다. 대통령 관련 통계를 내는 UC샌타바버라 집계 결과다. 일방적인 국정 브리핑과 개별 인터뷰는 제외한 횟수다.

전임 대통령들의 기자회견은 더 많았다. 고(故)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4년 재임 기간 중 137차례 기자들과 만났다. 매달 평균 2.85회 꼴이다. 빌 클린턴 2.01회, 조지 W 부시 2.18회, 버락 오바마 1.70회, 도널드 트럼프 1.83회 등이다.
Fed는 시장 컨센서스 창구로
비단 행정부 수반만이 아니다. ‘경제 대통령’으로 불리는 제롬 파월 의장을 포함해 미 중앙은행(Fed) 핵심 인사들은 언론과 수시로 만난다. 이번주만 해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 등 4~5명이 공개 발언한다. 작년 파월 의장이 통화 정책 방향에 대해 언론에 소상히 설명한 횟수는 10번이 넘었다.

19명(1명 공석)이나 되는 Fed 이사 및 연방은행 총재의 의견은 당연히 일치하지 않는다. 이들 사이의 이견은 증시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시장과의 조율을 거쳐 컨센서스 형성에 기여한다는 게 대다수 평가다. 시장에 부정적인 통화 긴축 소식도 덜 충격적일 수 있는 배경이다.

한국에선 현 정권 출범 이전 ‘대통령의 각본 없는 기자회견을 정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적이 있다. 정권 교체 후에도 달라진 것을 체감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이 언론 접촉을 꺼리는 문화도 이전 그대로다. 언론을 멀리할수록 국민과 시장의 궁금증은 커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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