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DNA’를 잃어가던 우리 경제에 찾아온 모처럼 만의 희소식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수출증가율은 곤두박질쳤다. 최근 2년(2019~2020년) 연속 역성장했을 만큼 사정이 심각했다. 2019년 수출 증가율이 -10.4%에 달했던 데서 보듯 코로나 핑계를 대기도 어렵다. 그런 와중에 지난해 수출 급반등은 성장엔진이 아직 살아있음을 확인시켜주는 든든한 신호다.
작년 수출지표는 내용 면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15대 수출품목이 모두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전 품목이 고루 늘었다. 반도체 기계 석유화학 자동차 철강 등 전통 효자품목뿐 아니라 바이오 배터리 등 신산업 품목의 약진이 두드러진 점도 반갑다. 고부가 제품인 시스템 반도체와 OLED 수출은 역대 최대이고, 중소·중견기업이 주력인 농수산식품 화장품 등 소비재 수출도 급증했다.
반가운 수출 회복세와 달리 ‘숟가락 얹기’에 바쁜 정부 행태는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급반등했다지만 작년 수출액은 문 정부 출범 첫해보다 12%가량 많을 뿐이다. 이전 정부에선 월 수출 100억달러 증가에 소요된 기간은 각각 2년(300억달러→400억달러) 5년(400억달러→500억달러)이었지만 현 정부에선 8년(500억달러→600억달러)이 걸렸다. 사정이 이런데도 대통령부터 부총리, 장관까지 나서서 “한국 무역이 새 역사를 썼다”며 자화자찬에 바쁘다.
기업들이 힘겹게 재가동시킨 수출엔진이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민관이 다시 힘을 모아야 할 때다.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무역협회 한국경제연구원 등은 이구동성으로 올해 수출 증가율이 대폭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경과 서울대 공대가 ‘글로벌 퓨처테크’ 현장을 둘러본 결과 AI반도체, SMR(소형모듈원자로), 배터리, 플라잉카 등 ‘게임 체인저’로 유력한 9개 미래기술의 국내 생태계는 열악하기 짝이 없다는 점이 드러났다. “완전한 경기회복에 앞장서겠다”며 공수표만 날리지 말고, 제발 기업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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