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아트 선구자 제프리 쇼의 말이다. 그는 가상과 현실이 교차하는 지점, 인터페이스를 탐구해왔다. 모니터 속 황금 송아지가 실제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1994년 작품 ‘황금 송아지(The Golden Calf)’는 증강현실(AR) 개념을 활용한 것이었다. 오는 5일(현지시간)부터 7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온&오프 하이브리드 형태로 열리는 ‘CES 2022’는 증강·가상현실을 넘어 메타버스가 미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굴곡의(nonsmooth) 과정을 거치며 독감 같은 엔데믹(풍토병)으로 갈 것이다. 그러나 이후 펼쳐지는 글로벌 경제는 ‘과거의 균형’으로 복귀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균형’으로 이동할 것이다.” 국내외 경제전문기관이 내놓은 2022년 글로벌 경제 지형도 전망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역사적으로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는 동력은 예외 없이 새로운 기술이었다.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세계 경제가 2020년대 중반까지 연평균 2%대 저성장이 불가피하다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지만, 기술 혁신은 결국 전환점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가 앞당긴, 생존을 위한 비대면·친환경 기술이 그것이다.
신기술 경쟁으로 혁신이 가속화하고 신산업이 예상보다 앞서 주류로 등장하면 구조적 반등이 빨리 찾아올 것이다. 그 반등은 신기술에서 우위를 가진 국가, 창조적 파괴를 이끄는 산업, 혁신 역량이 뛰어난 기업, 변화를 먼저 알아보는 투자자, 새로운 일자리에 준비된 개인이 주도할 것이 분명하다.
(1) 메타버스·로봇…모바일 너머의 新기술 경쟁
‘MARs(Mobility·AI·Robotics)’는 하나의 복합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 메타로 사명을 바꾼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등 빅테크들은 저마다의 강점을 바탕으로 메타버스 선점에 뛰어들고 있다. CTA가 2022년 가장 주목해야 할 미래 트렌드 기술로 지능형 자동화(AI+로봇)와 메타버스의 진화를 꼽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획기적인 비용 절감 필요성, 비대면 기반 고객 경험의 수요 증대 등 비즈니스 환경이 급변한 데 따른 것이다.
“팬데믹은 헬스케어 혁신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됐다.”(게리 샤피로 CTA 회장 겸 CEO). 헬스케어의 약진이 두드러진 CES 2022 혁신상은 헬스케어가 조연에서 주연으로 전면에 등장했음을 보여준다. ‘CES 2022는 헬스케어 쇼’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로버트 B 포드 애보트 회장이 헬스기업 최고경영자(CEO)로는 처음으로 기조연설 무대에 선다. 코로나 솔루션, 디지털 치료, 웨어러블, 원격 의료 등 100개가 넘는 헬스케어 기업이 오미크론 확산에도 불구하고 CES 2022 무대를 장식한다.
친환경 경영은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등 CES 2022 주요 CEO들의 기조연설에서도 키워드다. 환경 파괴에 따른 경제·사회적 비용이 급증하면서 저탄소로의 전환을 위한 사회적 압박이 혁신으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비용 요소로 인식되던 탈탄소가 미래 경쟁력을 결정할 가치 요소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구글 트렌드(trends.goole.com)에 따르면 쇼핑을 할 때 ‘친환경’ 검색이 코로나 이후 20% 증가했다. 팬데믹 출현이 환경 균형 붕괴와 관련 있다는 인식의 확산을 보여준다.
CES는 우주테크·푸드테크·대체불가능토큰(NFT) 등으로 다시 외연을 넓히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신규 테마는 우주테크다. CTA는 사상 처음으로 달과 화성, 기후 예측, 위성시스템과 원거리 통신 등 우주 관련 최첨단 기술 진보를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시에라스페이스의 다목적 우주비행선 ‘드림체이서(Dream Chaser)’ 전시다. 우주는 국가 영역의 임무 지향 프로젝트를 벗어나 시장 영역의 확산 지향 비즈니스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CES가 ‘우주 쇼’로 불리는 날이 곧 올지 모른다.
CES는 글로벌 스타트업 경연장이 되고 있다. 진입장벽이 확 낮아진 AI 기술이 세계적인 스타트업 창업 붐과 맞물리면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사)이 곳곳에서 탄생하고 있다. 미·중 충돌 여파로 CES 2022에서도 ‘중국 실종’이 재연되고 있지만, ‘테크노내셔널리즘(기술 민족주의)’이 국가 간 유니콘 경쟁으로 표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CES 2022 참가 스타트업들 가운데 넥스트 유니콘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안현실 AI경제연구소장·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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