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배임수재, 자본시장법·대부업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연금재단 특별감사위원 A씨에게 징역 1년 10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2012년 3~10월 재단 기금 1700억원을 특정 증권사에 투자하는 대가로 증권사로부터 수수료 17억8000여만원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총회연금재단은 1989년 대한예수교장로회 소속 목사들이 납입한 돈으로 설립됐다. 자산 규모는 2015년 말 기준 약 3600억원(2020년 말 기준 5400억원)이다.
보험설계사이던 A씨는 목사들의 자산 관리를 하며 신뢰를 쌓다가 재단 기금 운용의 문제점을 분석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에 2012년 1월께부터 증권사 직원과 함께 특별감사위원회 구성 등 문제를 논의했고, 스스로 감사 전문위원으로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무등록 대부 중개업자 B씨와 공모해 2012년 12월께부터 2015년 3월까지 총회연금재단의 1100억원대 대출 거래를 중개하고 수수료를 챙긴 혐의도 받았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범죄수익 17억8000여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B씨는 징역 1년 4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비영리법인인 총회연금재단이 정관에서 정한 목적의 범위에서 대출이 이뤄진 것일 뿐 대부업법상 '대부 중개'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와 B씨의 대부업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고, A씨는 징역 1년10개월, B씨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각각 형량을 감경받았다.
대부업법 시행령은 사업자가 그 종업원에게, 노조가 구성원에게 대부하는 경우와 국가·지자체가 대부하는 경우, 민법 등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이 정관 목적 범위에서 대부하는 경우를 대부업 범주에서 제외한다.
이 판단은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다. 대법원은 “설령 대부 행위가 대부업법상 ‘대부업’의 범위에서 제외되는 경우라 해도 주선의 대상이 된 거래가 금전 대부에 해당하는 이상 주선 행위 자체는 ‘대부 중개’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별 사안에서 특정 용역의 제공 행위가 대부 중개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체결 경위와 그 내용, 용역 제공자가 실제로 수행한 업무의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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