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의 삼성SDI,' 양'의 SK온…상반되는 배터리 CEO의 전략

입력 2022-01-03 16:01   수정 2022-01-0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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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3일 기흥사업장에서 열린 시무식을 통해 “수익성 우위의 질적 성장으로 진정한 1등 약을 위한 초석을 다지자”고 밝혔다. 같은 날 지동섭 SK온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누적 수주량 1600GWh(기가와트시)로 글로벌 넘버원이 더 이상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세계 배터리 산업을 이끄는 두 기업의 목표는 전세계 1등으로 같았지만,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은 각각 질과 양으로 정반대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날 신년사 대신 조직문화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최 사장은 양적 팽창을 경계하고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질적 성장을 강조했다. 그는 “질적 성장없이 양적 팽창에 치중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철저한 사전 점검과 리스크 관리로 시장을 서점할 수 있는 제품으로 질적 성장을 이루자”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무리하게 수주를 늘리기보다 흑자를 내는 안정적인 성장에 초점을 맞춘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반면 지 사장은 “유례없는 대규모 수주로 시장을 놀라게 했다”며 양적 성장을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완성차로부터 수주를 확대하고 의미 있는 신규 고객을 확보했다”며 “중국 옌청공장 상업 가동, 헝가리 2공장과 미국 1공장 완공, 헝가리 이반차 공장 투자 결정 등 글로벌 멀티 생산체계 구축을 짧은 시간에 이뤄냈다”고 말했다. SK온이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보다 뒤늦게 배터리 사업에 뛰어든 만큼 점유율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두 기업의 성장 전략을 반영하듯 삼성SDI와 SK온의 글로벌 전기 승용차용 배터리 점유율 증감폭도 엇갈렸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삼성SDI 점유율은 2020년 1~11월 6.6%에서 지난해 1~11월 4.8%로 감소했다. SK온은 같은 기간 5.6%에서 5.7%로 소폭 늘었다.

미래 전략에서도 삼성SDI는 기술력 확보, SK온은 생산 수준 향상을 꼽은 점에서 차이가 있었다. 최 사장은 배터리와 전자재료 사업에서는 확고한 기술 경쟁력을 지닌 기업만 생존할 수 있다”며 “초격차 기술 경쟁력이야말로 10년 후 우리 모습을 결정지을 핵심 역량”이라고 했다. 이에 비해 지 사장은 “공격적으로 구축한 글로벌 양산 체계를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며 “생산 수준과 역량을 업그레이드하자”고 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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