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한 돈으로 동진쎄미켐 '왕개미' 행세… 1430억 투자했다가 두 달간 117억 날려

입력 2022-01-03 17:08   수정 2022-01-11 15:12

오스템임플란트의 회삿돈 1880억원을 횡령한 직원이 이 중 1430억원을 주식 투자에 사용해 117억원의 손실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보유 중인 일부 주식이 지난 연말 급등함에 따라 이를 매각하면 손실 규모는 60억원 안팎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오스템임플란트 재무팀장인 이모씨(45)는 지난해 10월 1일 동진쎄미켐 주식 391만7431주를 약 1430억원에 사들였다. 매입 단가는 3만6492원이었다. 이씨는 이 회사 지분 7.62%를 확보했다. 매입 당시 취득자금 조성 경위를 투자이익이라고 밝히면서 그는 ‘슈퍼개미’로 주목받았다. 증권가에서는 이씨가 회사 내부 정보를 가진 ‘큰손’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씨는 동진쎄미켐 주가가 당시 가짜뉴스에 따라 출렁이는 등 변동성이 커지자 차익을 노리고 뛰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0월 1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과 텔레그램 등 SNS에서 ‘이재용, 동진쎄미켐 인수 지시’라는 내용의 루머가 돌자 동진쎄미켐은 상한가로 직행했다. 하지만 이후 가짜뉴스라는 게 밝혀지면서 주가는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씨가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한 것도 이날이다.

그러나 이씨는 수익을 내지 못했다. 그는 최근 두 달간 총 여섯 차례에 걸쳐 보유 주식의 85%가량인 336만 주를 매각해 116억7500만원의 손해를 봤다. 매입 초기엔 약 74만 주를 매도해 5억원의 수익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동진쎄미켐 주가가 급락하면서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지난달에만 1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봤다. 현재까지 주식 매각에 따른 투자금 대비 수익률은 -8.2%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대주주 요건과 양도소득세 회피 등을 위해 지난달 보유 주식을 서둘러 처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권가는 이씨가 주식을 팔지 않고 보유했다면 400억원 이상의 수익을 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씨가 주식을 처분한 다음달인 지난달 21일 동진쎄미켐 주가는 18% 이상 급등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신고가를 기록하며 최고 5만2100원을 찍었다.

이씨에게 남은 주식은 55만 주(1.07%)로 3일 기준 260억원어치다. 이날 종가인 4만6700원을 적용하면 이씨의 손실 규모는 117억원에서 57억원대로 줄어들게 된다.

이씨가 횡령한 1880억원 중 주식 투자금 143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450억원은 아직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이씨와 관련된 계좌를 동결해 횡령 금액을 최대한 빨리 환수하고 회계장부상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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