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부총리는 3일 기자실에 방문해 정치권의 추경 편성 요구에 관한 방침을 묻는 질문에 대해 “607조원 규모의 역대 최대 본예산 집행 첫날에 추경 여부를 논의하는 것이 적절한지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1차적으로는 본예산에 포함된 소상공인 관련 예산 집행에 역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추경을 새롭게 편성하기보다는 올해 본예산에 포함된 소상공인 지원 대책 등을 신속히 집행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홍 부총리는 “소상공인의 어려움과 관련해 100만원의 방역지원금이 지급되고 있고, 최근 500만원의 손실보상금을 선지급하는 것으로 결정돼 집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본예산 중 소상공인 관련 예산을 1분기에 최대한 집중하겠다고 말한 만큼 여기에 역점을 두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또 “추경은 편성 사유, 필요성, 내용 등이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방역 진행 및 소상공인 피해 상황, 추가 지원 필요성, 기정예산에서 동원할 수 있는 부분, 세금 수입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한 뒤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1분기 소상공인 지원금 예산이 소진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에 대해 2~4분기 손실보상 예산을 당겨 쓰는 방안을 제시했다. 안도걸 기재부 2차관은 “연초니까 일부 예산을 당겨 써도 재원 압박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홍 부총리의 이날 발언은 정치권에서 제기한 추경 편성 요구에 사실상 반대 주장을 편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이날 윤호중 원내대표 주재 비공개 정무회의에서 추경 추진을 위한 여야 원내대표 간 협상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최소 25조원이 넘는 수준의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고,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국회의원 83명의 서명을 받아 100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5일 관련 상임위원회 연석회의를 열고, 구체적으로 필요한 추경 규모와 재원 확보 방법 등을 더 정교하게 검토한 뒤 당정 협의를 통해 정부를 설득하기로 했다.
이날 당정 협의 요구에 대한 질문을 받자 홍 부총리는 “기존에 지급하고 있는 예산을 집행하는 데 속도를 내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는 답변을 다시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정치권의 추경 요구를 “국민의 의견 중 하나로 경청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고 언급하면서 일각에서는 정부가 추경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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