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의 사기극을 벌인 혐의로 기소됐던 실리콘밸리 바이오벤처기업 테라노스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즈가 법원에서 유죄 평결을 받았다.
뉴욕타임스(NYT),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 지방법원에서 12명의 배심원단이 홈즈에게 적용된 11가지 범죄 혐의 중 투자자 사기 공모 등 4건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배심원단은 투자자를 속여 사기를 쳤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모두 유죄로 인정한 반면, 환자들을 기만했다는 혐의 관련해서는 모두 무죄로 평결했다. 나머지 3건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번 평결을 토대로 에드워드 다빌라 미국 지방법원 판사가 추후 홈즈의 최종 형량을 선고하게 된다. 유죄 평결이 내려진 4건의 혐의에 각 20년씩, 최대 80년 징역형이 가능하다고 외신은 전했다.
홈즈는 2003년 19세의 나이로 미국의 메디컬 스타트 기업인 테라노스를 창업했다. 그는 손가락 끝에서 채취한 혈액 몇 방울만으로 각종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획기적인 진단 기기를 개발했다고 주장해 주목 받았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애플의 전 CEO 스티브 잡스를 연상시키게 하는 검정색 목폴라티를 입고 나와 '여자 스티브 잡스'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후 미국 저명인사들로부터 9억 4500만 달러(약 1조127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받으며 최연소 여성 억만장자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내부 고발자의 폭로 및 언론 보도로 그가 주장한 진단 기술이 사실상 허구로 드러나며 하루 아침에 '희대의 사기꾼'이 됐다. 테라노스 기술로 진단할 수 있는 질병은 16개에 불과했고, 나머지 200여 개 질병은 기존의 대규모 의학 장비로 확인한 것이었다.
이 일로 한때 90억 달러(10조7000억원)까지 치솟았던 테라노스의 기업 가치는 0으로 추락했고, 결국 청산 절차를 밟게 됐다.
재판에서 홈즈 측은 당시 남자친구인 테라노스 최고운영책임자(COO) 라메시 발와니에게 심리적·성적 학대를 당해 그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며 책임을 떠넘겨왔다.
이에 검찰은 다량의 문서 증거와 증언을 확보해 홈즈가 고의로 혈액검사 기술 효과를 과장하고 보고서를 조작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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