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횡령 사건이 발생한 오스템임플란트가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시장 관계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국내 대형 회계법인 부회장과 한국거래소 출신이 사외이사로 있는 상황에서 엄청난 규모의 횡령이 이뤄졌기 때문에 신뢰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주식 거래가 장기간 정지될 것으로 예상되자 금융당국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피의자가 횡령 자금으로 추정되는 돈으로 주식을 사 지분공시까지 했음에도 이상징후를 포착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엄 대표의 선언에도 시장은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다. 오스템임플란트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유명무실했다는 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현재 오스템임플란트 사외이사 3명 중 1명은 정준석 EY한영회계법인 부회장이다. 밝혀지지 않은 횡령이 과거에도 있었다면 빅4 회계법인 최고위층을 사외이사로 영입하고도 분식회계를 막지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 회사 상근감사인 조재두 전 한국거래소 상무도 누구보다 자본시장을 잘 이해하는 인물이다.
이해 가지 않는 대목도 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감사팀 인원을 2년 새 절반(11명)으로 줄였다. 이후 대형 횡령사고가 터졌다. 회계감사는 인덕회계법인이 맡고 있다.
하지만 당시 이씨가 자금 출처를 ‘투자수익’이라고 적었음에도 금융감독원은 이를 수상히 여기지 않았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이상 작성한 자금 출처가 사실인지 따져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당국이 들여다봤다 하더라도 조기에 잡아낼 수 있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한국거래소에서 이상거래 징후를 포착해 심리에 나서고, 또 이를 금감원에 통보해 검찰 수사와 재판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1년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거래소가 심리에 나서면 특정 계좌 주인을 대상으로 입출금 내역과 자금출처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한다. 실제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10월 이씨의 동진쎄미켐 주식 매수를 계기로 이씨의 계좌를 분석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스템임플란트의 거래정지는 다른 종목과 금융상품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날 최규옥 오스템임플란트 회장이 지분 7.64%를 보유 중인 APS홀딩스는 전 거래일 대비 8.1% 떨어졌다. 최 회장은 자사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렸는데 통상 금융회사는 담보 주식의 거래가 정지되면 대출 만기를 연장해주지 않는다. 최 회장이 상환을 위해 보유 자산을 처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최 회장이 들고 있던 APS홀딩스의 오버행(잠재적 매물) 우려가 높아졌다.
상장지수펀드(ETF)도 영향을 받았다. ETF에 호가를 제시하는 시장조성자(LP)들이 오스템임플란트의 상장폐지 등을 가정하고 거래 정지 전 종가 대비 낮은 가격을 매겨 호가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스템임플란트를 7.21% 담고 있는 TIGER 의료기기 ETF는 이날 순자산가치(NAV)가 1만9368원이었는데, 실제는 이보다 낮은 1만9215원(괴리율 0.79%)에 거래됐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원래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매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오스템임플란트가 담긴 펀드도 비상이다. 하나은행은 오스템임플란트가 단 1주라도 담긴 77개 펀드에 가입한 고객들에게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신규 가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슬기/서형교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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