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 범죄 1년새 27% 급증

입력 2022-01-05 17:53   수정 2022-01-05 23:49

지난달 18일 경기 고양에서 조현병을 앓고 있는 30대 남성이 둔기로 어머니를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앞서 지난달 12일엔 경기 부천에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20대 남성이 70대 부부에게 흉기를 휘둘러 남편이 숨지고 아내가 의식불명에 빠졌다.

정신질환 관련 범죄가 빠르게 늘고 있다. 재범률도 높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코로나19 장기화로 병상이 부족해지면서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가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경찰에 따르면 작년 1~9월 정신질환자 범죄는 8562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2% 증가했다. 재범률도 65.4%로, 강력범죄 재범률(2020년 기준 46.9%)보다 높다. 범죄를 저지르고도 병원에 가지 못한 채 사회에 방치되는 정신질환자도 늘어나는 추세다.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1~6월 경찰은 총 3992건에 대해 응급입원을 요청했다. 이 가운데 7.6%(316건)가 반려됐다. 2019년(2.8%)과 비교하면 세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응급입원은 자·타해의 위험이 큰 정신질환자를 발견했을 때 의사와 경찰의 동의를 받아 입원하는 것을 말한다.

2017년 정신보건법이 정신건강복지법으로 개정되면서 비자의 입원 절차가 까다롭게 바뀐 것도 정신질환자 의료 공백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다. 불법 강제 입원을 막으려는 취지였지만 치료가 꼭 필요한 환자가 입원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서류 작성과 절차도 까다로워져 의료기관에서 비자의 입원 자체를 꺼리는 경우도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이 현장에서 가해자의 정신과적 반응을 판단하기 어렵고, 인권 침해 관련 민형사상 소송에 대한 부담도 있기 때문에 응급입원 조치 등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며 “경찰이 정신질환 전문가와 협력해 상황을 빠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고 경찰의 책임을 덜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질환자는 치료만 제대로 받으면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게 떨어진다”며 “국립정신병원과 공공병원이 코로나19 환자 진료를 담당하면서 응급 기능을 상실했고, 지역사회 서비스도 중단되면서 정신질환자에 대한 의료 공백이 생긴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신건강 서비스의 공공성을 높이고 민간 병원과 보호자가 담당하고 있는 정신질환자 치료를 국가가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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