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전문 업체 안랩 직원들은 요즘 이런 말을 많이 한다. 회사가 다시 ‘대선 바람’에 휘말리는 듯한 흐름을 타고 있어서다. 창업자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지지율과 행보에 따라 극심한 부침을 겪고, 회사 이미지까지 덩달아 상처를 입는 일이 올해도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다. 안 후보는 안랩 주식 18.6%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다.
최근 주가는 18대, 19대 대선의 ‘데자뷔’를 떠올리게 한다. 5일 안랩은 전날 종가 대비 13.25% 오른 12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1조2067억원으로 2017년 이후 최고치다. 안랩 주가는 이날 장중 한때 20% 넘게 치솟기도 했다. 문제는 이 추세가 앞으로도 유지될 것이냐다. 안랩은 18대 대선(2012년 12월 19일), 19대 대선(2017년 5월 9일)을 전후로 폭등락을 거듭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안랩은 10년간 꾸준히 성장했다. 2011년 연결 기준 약 1032억원이던 매출은 2020년 약 1782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9억원에서 200억원으로 늘었다. SK쉴더스(옛 ADT캡스)에 합병된 SK인포섹을 제외하면 국내 보안기업 중 가장 높은 실적이다. 부채비율 역시 약 30%로 안정적이다. “성장이 더딘 보안 시장 특성을 감안하면 괜찮은 흐름”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최근엔 외연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5일 안랩은 전사 통합 위협대응 조직인 ‘안랩사이버시큐리티센터(ACSC)’를 신설했다고 밝혔다. 벌어들인 돈은 인공지능(AI)·클라우드 분야에 재투자하고 있다. 이런 변화가 ‘정치’ 테마에 뒤덮여 주가에 적절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증권가의 중론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안랩은 주가 예측을 설명하기 어려워 투자자 신뢰를 확보하기 힘들다”며 “안 후보와의 지분 관계를 끊어내지 않는 이상 리스크는 계속 갖고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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