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점에서 학원 독서실 등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에 제동을 건 서울행정법원의 그제 결정(집행정지 인용)은 정부의 방역통제에 순치된 시민들에게 기본권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목할 만하다. 공공복리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자유(학습권, 교육·직업선택의 자유, 신체에 관한 자기결정권 등)라는 헌법가치도 결코 포기돼선 안 된다는 경종을 울린 것이다. 내일은 식당·카페 등 방역패스 전반을 중단해야 한다는 행정처분 취소소송 심문이 예정돼 있어 더 관심이다.
서구 각국에선 마스크 착용부터 거리두기, 백신 접종에 이르기까지 개인의 자유를 지키려는 시위와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반면 한국에선 감염원을 추적한다는 이유로 개인 기본권 침해나 제한이 숱하게 있었던 게 사실이다. 재작년 서울 이태원 집단감염 때 주변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1만여 명의 신상이 속된 말로 털렸다. 보수단체 시위엔 차벽이 겹겹이 설치되고, “어떤 관용도 없을 것”이란 겁박이 난무했다. 지금의 QR코드 입장도 정보기본권 침해 소지가 다분하다. 이번 법원 판결은 “우리가 이룬 민주주의와 인권의 성장이 K방역의 바탕이 됐다”(문재인 대통령)는 인식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법원이 과학적 데이터를 근거로 들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12세 이상 백신 비(非)접종자 중 코로나 감염률(0.15%)이 같은 연령대 백신 접종자 중 감염 비율(0.07%)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목적을 위해 필요 이상의 수단이 사용돼선 안 된다’는 비례성의 원칙을 견지한 판결이다. 정부는 “백신 접종은 전파 위험을 낮추는 것까지 고려돼야 한다”고 반박하며 항고까지 했지만, 이는 데이터와 과학으로 증명해 보이면 될 일이다.
건강문제 등 어려운 사정이 있는 비접종자들에게 방역패스를 일률 적용하고 접종을 강제하는 것은 국가 폭력이란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획일·강제·억압적 방역의 문제점을 반성하고 고쳐야 한다. 우리 사회가 위기를 명분 삼아 법치 위에 통치를 두는 국가 만능주의로 치닫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두 성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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