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 1880억원을 횡령하고 도주하다 체포된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모씨(45)에 대한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씨 측은 "윗선의 개입이 있었다"고 밝혀 그간 이씨의 ‘단독 범행’이라고 말해온 오스템임플란트 측과 배치되는 주장을 했다. 경찰은 자금을 추적하는 한편 범행 동기와 공범 여부를 중심으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200억원이 입급된 이씨의 증권사 계좌를 동결하고 전날 압수한 금괴 수백억원 어치를 확보했다. 경찰은 이씨에게 횡령 혐의 등을 적용해 이르면 6일 오후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이날 오전 경찰에 출석한 이씨 측 변호사는 “윗선의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박상현 법무법인 YK 변호사는 "재무관리팀장이라는 직책이 드러나는 위치인데 혼자 횡령을 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윗선의 업무 지시가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공범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2018년 오스템임플란트에 입사해 자금 담당 부서 팀장으로 근무한 이씨는 업무 중 알게된 내용으로 잔액 증명 시스템을 조정해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씨는 횡령과 관련해 대부분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가 빼돌린 횡령금을 여러 계좌로 분산 송금한 정황도 포착됐다. 이씨가 잠적하기 직전 수년간 소유했던 경기 파주에 있는 건물을 부인과 여동생, 처제 부부에게 1채씩 총 3채 증여한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은 드러난 사실을 토대로 횡령과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금괴 외에 코인 등 다른 자산으로 바꾼 정황이 있는지 또한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있으며 가족에게 증여한 부동산도 횡령금와 관련성이 있는지 파악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200억원이 든 이씨의 계좌를 확보해 동결조치한 데 이어 추가 자금을 확보 중이다. 조만간 이씨의 부동산 재산, 금괴 등에 대해 기소 전 추징 보전을 법원에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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