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5일(현지시간) 공개된 지난해 1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은 세 가지 면에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 이르면 5월로 전망한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3월로 앞당기고 내년으로 예상해온 양적긴축을 올해 시작할 수 있다고 언급한 대목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긴축이 마무리될 것이란 관측에 세계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살인적 물가에 금리 인상 후 바로 긴축
미 중앙은행(Fed)은 지난달 14~15일 열린 FOMC 의사록을 통해 오는 3월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예고했다. Fed 위원들의 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지난달 점도표에선 올해 세 차례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고했지만 인상 시작 시점은 5~6월이 될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이었다. 하지만 의사록에 따르면 FOMC 참석자들은 “기준금리를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빨리 올리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리서치 회사인 르네상스매크로의 닐 두타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에 “Fed가 3월에 금리를 올리기 위해 활주로에 있다”며 “그 누구도 Fed를 억제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회수하는 양적긴축 전망 시점도 예상보다 빨랐다. FOMC 참석자들은 “기준금리를 인상한 뒤 비교적 빨리 대차대조표 규모를 축소하는 게 적절할 수 있다”고 했다. 시장에선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두세 차례 올리고 내년 긴축에 들어갈 것으로 봤다. 과거 사례를 참고한 예측이다. Fed는 2015년 12월 연 0~0.25%였던 기준금리를 올린 뒤 2017년 11월 긴축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번엔 금리 인상 후 양적긴축 전환까지 걸리는 기간을 2년에서 대폭 단축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Fed가 공격적으로 긴축에 나서는 것은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속도 때문이다. 작년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982년 이후 최대폭인 6.8% 급등했다. Fed가 기준금리 결정에 참고하는 개인소비지출(PCE) 기준으로도 같은 달 5.7% 뛰어 1982년 이후 39년 만에 최대폭 상승했다.
고용 시장이 회복되고 있는 것도 긴축을 서두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11월 미국 실업률은 4.2%를 기록하며 Fed가 정한 최대 고용 수준(4%)에 다가섰다. 지난달 민간 고용도 시장 예상의 두 배 수준인 80만 명 늘었다.
긴축 종료도 이전보다 빨라질 듯
Fed는 2020년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 무제한 양적완화를 통해 자산을 늘렸다. 미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등을 사는 방식을 통해서다. 매달 120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매입하면서 Fed의 자산 규모는 지난달 기준 8조7575억달러로 증가했다.Fed가 보유 채권을 시장에 매각하면 채권 공급이 늘어 시중금리가 상승할 공산이 크다. 이날 세계 채권 시장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0.05%포인트 오르며 연 1.71%로 마감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10년물 미 국채 금리가 연 1.7%를 넘은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9개월 만이다.
Fed는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양적긴축도 최대한 빨리 끝낼 것이라고 했다. 양적긴축이 빨라지면 기준금리가 급격히 오를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도 지난달 “2022년 여름까지 양적긴축을 시작하면 기준금리를 많이 올릴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FOMC 참석자들은 의사록에서 “대차대조표 축소 속도가 이전 정상화 때보다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Fed는 2017년 양적긴축을 시작해 2019년 10월 종료했는데 이번 긴축 기간은 이보다 짧아질 전망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엔 제로금리 시작부터 긴축 종료까지 총 11년가량 걸렸지만 코로나19 사태 후 그 기간은 3년 정도로 단축된다는 얘기다.
Fed가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움직이자 시장은 출렁거렸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1.07% 하락했고 S&P500지수는 1.94% 떨어졌다. 국채 금리가 급등하자 나스닥지수는 지난해 2월 후 11개월 만에 가장 큰 3.34%의 낙폭을 보였다. 미국 시장에서 암호화폐 비트코인도 8% 넘게 급락하며 4만2000달러대로 주저앉았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