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대표 사퇴 결의 4시간 만에…윤석열 "지난날은 다 잊자"

입력 2022-01-06 21:52   수정 2022-01-06 23:39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윤석열표 쇄신안’ 거부, 윤석열 대선 후보와 이 대표의 정면 충돌, 국민의힘 의원들의 이 대표 사퇴 촉구 결의안 채택, 윤 후보와 이 대표의 극적 화해. 이 모든 게 6일 하루 동안 벌어졌다. 윤 후보가 ‘선거대책위원회 전면 해체’라는 극약 처방을 내린 다음날 내홍의 ‘롤러코스터’를 거쳐 윤 후보는 이 대표에게 “우리는 동지”라고 선언했다.
◆하루 종일 이 대표·당내 의원 간 갈등
이날 오전 8시. 윤 후보가 서울 여의도역 근처에 등장했다. 전날 선대위 혁신안을 발표한 윤 후보는 몸을 낮추고 출근하는 시민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 대표가 제안한 ‘지하철역 출근길 인사’를 윤 후보가 받아들인 것이다. 윤·이 관계가 조금 개선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금세 무너졌다. 윤 후보는 오전 9시 선대본부 핵심 보직인 전략기획부총장에 이철규 의원을 임명하겠다고 밝혔고, 이 대표는 윤 후보가 제안한 쇄신안을 거부했다. 전략기획부총장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논란에 휩싸였던 윤한홍 의원이 맡았던 선대본부 핵심 자리다. 권성동 의원과 같은 강원도에 지역구를 둔 이 의원은 꾸준히 이 대표를 비판해온 인물이다. 이 대표는 권 의원과 윤 의원 사퇴 후에도 윤핵관이 여전히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의심했다.

하지만 윤 후보는 결국 최고위에서 이 의원 임명을 강행했다. 이 과정에서 “반대 의견을 들었으니 강행하겠다”는 윤 후보와 “제 도장 찍힌 임명장은 못 나간다”는 이 대표가 충돌하기도 했다.

오전 10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선 이 대표 사퇴 결의안이 안건으로 제출됐다. 의원 다수가 결의안에 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대표의 영향력을 축소하고, 윤·이 갈등에서 윤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도다. 총회 첫 발언자로 나선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며 “이제 당대표 사퇴에 대해 결심할 때가 됐고 여기에서 결정하자”고 했다. 송석준, 박대출, 김정재, 이종배, 박수영 등 다수 의원의 성토가 이어졌다. 회의는 일곱 시간 넘게 계속됐고, 결국 하태경 의원 등 일부 의원의 반대에도 과반수 찬성으로 이 대표 사퇴 촉구안이 총회를 통과했다.

이후 이 대표는 의원총회에 직접 참석해 “지금 우리 후보에게서 이탈한 표의 대부분은 2030세대라는 것을 의원들도 아실 것”이라며 “‘너 그래서 이재명 찍을 거야?’ ‘정권 교체 안 할 거야?’와 같은 명분만으로는 젊은 층의 지지를 회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는 당 불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게 아니다”며 “우리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럼에도 의원들 반응은 싸늘했다. 연설을 마친 후 의원 중에 박수를 친 사람은 10명도 되지 않았다.
◆늦은 저녁, 화해 분위기 급물살
오후 8시30분께 상황은 다시 급변했다. 윤 후보가 의총장을 찾았다. 윤 후보와 이 대표의 1 대 1 회동, 김기현 원내대표·추 원내수석부대표·김도읍 비서실장·권영세 사무총장까지 포함한 6자 간담회 등이 잇따라 열렸다. 30분간의 대화 후 결론은 ‘관계 회복’이었다. 이 대표에 대한 사퇴 촉구안도 철회했다.

연단에 오른 윤 후보는 의원들을 향해 “지난날은 다 잊자”며 “3월 9일 대선과 6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다 함께 뛰자”고 당부했다. 의원들은 환호했다. 이어 “원래 피는 물보다 진하다”며 “우리는 같은 피를 가진 당원 동지”라고 했다.

이 대표는 “긴 인고의 시간을 통해 다시 한 방향으로 뛰게 된 만큼 오늘부터 1분 1초도 낭비하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이 대표는 “만약 세 번째도 도망간다면 정말로 사퇴하겠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선대위 출범 과정에서 당대표 패싱 논란으로 잠행에 들어갔고, 지난달에는 조수진 최고위원과의 갈등 속에 공동상임선대위원장에서 자진 사퇴했다. 연설 후 윤 후보와 이 대표는 서로를 끌어안았다.
◆윤핵관 논란 해결이 과제
국민의힘은 이번 극적 화해를 통해 2030 표심을 다시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대표는 기자들에게 “선거 상황에서 구조적 지지율 등락은 언제나 있어 왔다”며 “지지층과 당원들은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2~3주 동안 비판자 역할로 상황을 바로 보며 축적한 것도 있다”며 “바뀌고 개선되도록 진정성 있게 후보와 소통하겠다”고 했다.

다만 이 대표가 요구해온 ‘윤핵관 인사들의 완전한 일선 후퇴’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임시 봉합’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핵관 인사들은 자기 이익만 좇는 사람”이라는 이 대표와 “믿음직한 참모일 뿐”이라는 윤 후보 측의 시각차가 줄어들지 않는다면 대선 과정에서 언제든 갈등이 또다시 불거질 수 있을 것이란 의미다. 한 선대위 관계자는 “두 사람이 극적으로 화해한 만큼 이 대표가 요구하는 부분에 대한 윤 후보의 수용이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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