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VR(가상현실)·AR(증강현실) 전시? 굉장히 신기하더라. 하지만 다시 찾게 될 것 같지는 않다."LG전자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2' 현장에 제품 실물을 하나도 가져놓지 않는 파격 실험을 단행했다. 이를 두고 현장 관람 반응은 "가상 체험이 신기했다"는 긍정적 목소리와 "실물 체험도 함께 준비했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기자가 6일(현지시간) 방문한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의 LG전자 부스 규모는 2000㎡ 규모였다. 상당히 넓은 공간인 만큼 첫인상이 휑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행사장 곳곳에는 QR코드가 새겨진 나무 기둥들이 자리했다. LG전자 제품 사진과 설명들을 나무 기둥마다 배치해놓은 LG전자의 VR과 AR 전시관 모습이었다.
여타 전시관과 다른 모습에 당혹해하는 분위기가 느껴졌는지 현장 부스에 있던 직원이 다가와 "이곳에는 그 어떤 제품이나 조형물도 없다"며 "어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하고 QR코드를 인식해 LG전자 제품을 감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관람객은 바닥에 발자국 모양이 찍힌 '뷰 포인트'에서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로 QR코드를 인식해 연결되는 전용 앱을 깔아야 가상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앱으로 뷰 포인트에 있는 이미지를 인식하면 스마트폰 화면에 제품과 서비스들이 소개되는 식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LG전자가 'CES 혁신상'을 받은 제품부터 과거 CES에서 선보인 '명물' 초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조형물까지 다양하게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다.
넓은 공간에 실물 전시가 없다 보니 다른 기업들의 시끌벅적한 부스와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관람객들은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어보면서 감탄사를 연발하는 등 호기심을 표했다.
오프라인 전시관을 이 같은 방식으로 꾸린 것은 '모두가 누릴 수 있는 더 나은 삶(The Better Life you Deserve)'이라는 CES 2022 참가 슬로건처럼 관람객들이 어떠한 공간에서도 실제 부스에 온 것과 같이 제품을 경험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CES 2022의 주요 테마 중 하나인 '지속가능(Sustainability)'과도 연관이 있다. LG전자는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나무 찌꺼기를 압착해 만든 OSB 합판을 비롯해 페인트나 니스 등을 칠하지 않은 대나무 합판 등 재활용 자재로 부스를 만들었다. 전시가 끝나면 바로 재활용 가능하다.
하지만 일부 관람객들은 앱 설치 시간이 오래 걸려 자리를 떠나기도 했다. 경우에 따라 앱을 내려 받는 데 짧게는 10분, 길게는 한 시간 정도 걸린다는 반응들이 잇따랐다. AR을 실행하는 앱의 용량이 500MB가 넘는 점도 아쉽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이라면 큰 문제가 없었겠지만 미국에선 500MB 용량 앱을 다운받으려면 수십분씩 시간이 걸려서다다. 전시장에는 전용 와이파이를 두 개 개통해놨지만 그마저도 원활하지 않았다.
오래 기다려 연결된 LG전자의 VR·AR 체험은 분명히 차별성이 있었다. 기자가 앱을 설치하고 QR스캔을 구동하자 이내 나무 기둥 위로 3D 형식의 제품 이미지가 떠올랐다. 이미지는 손으로 조절 가능해 360도 돌려가며 볼 수 있고 크기 조절도 가능했다.
앱을 구동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긴 했지만 상당수 관람객은 이색적인 LG전자 부스를 신선하게 받아들였다. CES 주최측 역시 LG전자 부스가 혁신 기술로 꾸며졌다며 관람을 추천했다.
그러나 대만에서 온 전자업계 관계자는 "처음에는 신기했지만 스마트폰으로 몇 번 찍고 나니 흥미가 떨어졌다. 재방문 의사는 없다"고 말했다. 스페인에서 왔다는 한 기자는 "스마트폰을 통해 VR·AR로 제품을 볼 수 있어서 놀라웠다"면서도 "OLED TV 등 LG전자 제품을 실제 눈으로 보고 싶었는데 아쉽다"고 언급했다.
VR·AR로만 꾸려진 부스에는 CES 개막 첫날 인파가 몰렸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관심이 다소 사그라들었다. '가상 체험'이라는 콘셉트를 앞세웠지만 관람객들을 오래 붙잡을 만한 확실한 콘텐츠가 부족했고 재방문할 만한 유인도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다.
LG전자 부스는 LVCC 센트럴홀 입구라는 '좋은 위치'에도 이튿날 전시는 더 한산한 모습이었다. 실제 눈에 보이는 기기와 제품 없이 가상 체험만으로 3일 간의 CES를 메꾸기엔 힘이 부치는 모습이었다. 대다수 관람객들은 "실제 제품을 보고 싶은데…"라여 아쉬워했다.
일례로 LG전자 부스 건너편에 위치한 롯데정보통신 부스는 LG전자보다 규모가 훨씬 작았지만 기기를 체험해보려는 인파 대기줄이 끊이지 않았다. 같은 VR·AR 콘셉트지만 상반된 분위기가 연출된 것이다.
라스베이거스=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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