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반도체가 삼성전자의 역대 최대 실적을 견인할 수 있었던 것은 글로벌 기업들의 서버용 메모리칩에 대한 수요가 견조하게 이어졌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들이 발표하는 D램 가격은 PC용 제품인데,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는 PC뿐 아니라 서버와 모바일 부문에도 비슷한 규모로 들어가고 있다. PC용 D램 가격이 떨어진다고 해도 구글과 아마존, 메타 등 글로벌 기업들은 서버 증설을 위한 메모리 반도체 구매를 오히려 늘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을 가늠하기엔 PC용 반도체 가격의 대표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출시한 갤럭시Z플립3, 갤럭시Z폴드3 등 3세대 폴더블폰이 1등 공신으로 꼽힌다. 디자인과 사용성, 내구성 등이 전작보다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으며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폴더블폰만 800만 대를 팔았다. 전년 판매량(200만 대)보다 4배 뛰었다.
갤럭시A 시리즈의 신흥국 시장 판매 호조도 실적 개선에 한몫했다. 삼성전자는 작년 3분기 동남아시아 시장 점유율 23%를 기록하며 중국 오포를 제치고 1위 자리를 탈환했다. 베트남 시장 점유율은 49%에 이르렀다. 20만~60만원대 중저가 제품인 갤럭시A 시리즈가 많이 팔린 영향이 컸다. 비스포크 등 프리미엄 가전의 판매 호조세도 기록적인 실적을 내는 데 기여했다.
삼성전자가 올해 초 스마트폰 신제품을 집중 출시하는 것도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11일 북미, 유럽 등 시장에 갤럭시S21 FE를 출시한다. 이 제품은 플래그십(최상급) 기종인 갤럭시S21의 보급형 제품이다. 갤럭시S21과 성능은 비슷하면서 가격은 100달러 싸다.
2월엔 플래그십 신제품 갤럭시S22가 출격한다. 갤럭시S22는 화면에 필기할 수 있는 S펜이 들어가고 카메라·배터리 등 성능이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반도체 공급난이 완화되고 폴더블폰 시장 규모도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잠정실적 발표에 힘입어 전날보다 1.82% 상승한 7만8300원에 마감했다.
박신영/서민준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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