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정책으로 인플레 장기화"…조기긴축에 힘 실어준 ECB 이사

입력 2022-01-09 18:06   수정 2022-01-10 00:54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친환경 정책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고 있다는 목소리가 유럽중앙은행(ECB)에서 나왔다. 유럽의 에너지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당초 ECB의 계획보다 서둘러 경기부양책을 종료해야 할 것이란 지적이다.

9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자벨 슈나벨 ECB 시장조작 담당 이사는 전날 화상으로 열린 미국경제학회 연례총회에 참석해 “기후변화 대응책 영향으로 에너지 가격이 장기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ECB는 경기부양책을 조기에 끝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란 ECB의 공식 입장과는 상반된 주장을 펴며 조기 긴축에 힘을 실은 것이다.

독일 경제학 교수인 슈나벨 이사는 ECB 내 대표적인 매파로 꼽히는 인물이다. FT에 따르면 슈나벨 이사는 7년 전 유럽에서 시작된 4조7000억유로 규모의 채권 매입 프로그램에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그는 유럽 각국의 탈탄소 정책이 ‘인플레이션의 주범’이라고 진단했다. 신재생에너지 정책이 적극 추진되고 있지만 기후변화 부작용 탓에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그의 주장대로 유럽 내 물가 상승세는 사상 최고 수준이다. 지난달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5% 상승하며 관련 통계가 시작된 1997년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ECB는 에너지 가격이 곧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완화적 통화정책을 최소 1년간 유지하기로 합의한 상태다. 지난달 ECB는 유로존의 올해 물가 상승률을 3.2%로 상향 조정하면서도 내년에는 2%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슈나벨 이사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ECB 전망이 보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ECB의 가정은 향후 2년간 에너지 가격이 전반적인 물가 상승세에 기여하지 않을 것이란 데 근거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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