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고 코 베는' 중고거래 사기 기승

입력 2022-01-09 17:49   수정 2022-01-17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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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래가 사기라는 증거가 있나요?”

직장인 손모씨(33)는 지난 3일 인천의 한 경찰서에 사기 피해를 신고하러 갔지만 사건 접수에 소극적인 경찰을 보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손씨는 전날 ‘문화상품권을 18%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는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 글을 보고 25만5000원을 입금했다.

하지만 판매자는 5만원 상당의 상품권만 전달하고 잠적했다. 손씨는 “경찰이 해당 사건은 민사사건이라고 하면서 고소장을 받아주지 않으려 했다”며 “어렵게 제출하긴 했지만 제대로 조사해줄지 걱정”이라고 푸념했다.
비대면 거래發 신종 사기 줄이어
중고거래가 급증하면서 이를 둘러싼 소액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 활동이 늘어나면서 이를 악용한 신종 사기가 등장한 것도 사기 피해가 증가하는 원인 중 하나다. 하지만 소액 사건의 경우 경찰이 사건 처리에 소극적일 때가 많아 피해자들이 사건 접수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작년 1~11월 온라인 플랫폼 중고거래 분쟁은 총 3847건으로 전년도(906건)의 네 배가 넘는다. 중고 거래량 자체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따르면 작년 당근마켓에 올라온 중고거래 게시물은 전년 대비 30% 증가한 1억5500만 건이었다.

비대면 거래가 늘면서 사기의 유형도 다양해졌다. “사기를 막기 위해 안전거래를 하자”고 구매자를 설득한 뒤 실제와 비슷한 가짜 안전거래 사이트의 링크를 보내 입금을 유도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임모씨(34)는 최근 당근마켓에서 커피머신을 구입하려다 이런 유형의 사기를 당했다. 그는 “판매자가 네이버페이 링크를 보내주면서 해당 안전거래 사이트에 입금하면 배송해주겠다고 했다”며 “네이버 로고까지 있고, 네이버페이의 모습과 비슷해 속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판매자가 구매자의 집 문고리에 상품을 걸어 놓고 구매자가 물건을 확인한 뒤 입금을 하는 ‘문고리 거래’도 사기에 취약한 거래 방법이다. 구매자가 물건만 챙긴 뒤 입금하지 않고 잠적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판매자가 모바일상품권 혹은 상품권을 판매할 때 이미 사용한 바코드를 전송하는 사기도 있다.
피해 구제 어려워
소액 사기 사건의 경우 피해 금액을 모두 돌려받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직장인 구모씨(28)는 2년 전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무선 이어폰을 구매하려다 15만원을 사기당했다. 하지만 사건이 경찰에서 검찰로 넘어간 뒤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지금은 사건조사가 어느 정도 진척됐는지조차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커피머신 사기를 당한 임씨도 경기도의 한 경찰서에 사건을 신고했지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한 일선서 경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업무량이 폭주해 소액 사기사건은 적극적으로 처리하기 힘들다”며 “관련 사건의 피해자를 모아 단체로 고소장을 제출하면 사건이 후순위로 밀리는 것을 방지하고, 처리도 더 빠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소액 사기를 방지하기 위해선 직거래가 가장 좋은 방법이고, 피해를 당한 즉시 사기 피해 정보공유 사이트에 등록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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