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귀국하는 한국 기업인의 발걸음이 가볍지 않다는 말이 많이 들린다. 신기술이 국내외에 널려 있어도 규제 때문에 사업하기 어렵다는 게 기업인들의 걱정이다. CES에서 혁신적 의료 기술로 환호를 받은 ‘루미네이트’ 서비스도 그런 사례다. 이 서비스는 피부에 붙이는 유전자 검사용 패치 하나로 피부암 등 건강 상태를 체크할 수 있다. 한국에서도 다수 기업이 이와 비슷한 기술을 갖고 있다. 문제는 규제다. 미국 등지에서는 병원을 거치지 않아도 환자에게 직접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반드시 진단 때 병원과 함께해야 한다. 검사 항목도 제한돼 있다. 사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국내 기술기업은 ‘그림의 떡’ 정도로 여기고 있는 실정이다.
규제가 혁신의 발목을 잡은 게 이뿐이겠나. 현 정부는 5년 내내 ‘4차 산업혁명 선도’ ‘규제 혁파’를 외쳤지만 실상은 퇴보였다. 우버엑스·카풀·타다 같은 혁신적 이동서비스가 나올 때마다 기득권 비호 논쟁이 되풀이되면서 혁신의 싹이 잘리기 일쑤였다. 로톡(법률서비스 중개 플랫폼)과 강남언니(의료광고 플랫폼)등 타 업종 혁신기업도 마찬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 1호’ 기업가가 규제의 벽에 막혀 신용 불량자로 전락했다거나 국내 최고의 자율 주행 스타트업이 거미줄 규제를 피해 일찍이 미국행을 선택한 것도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원격 진료도, 배달 로봇도, 드론도 각종 규제 벽에 막혀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글로벌 100대 스타트업 57곳이 한국이라면 아예 창업조차 못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게 이상하지 않다.
4차 산업혁명은 ‘기술 혁명’이 아니라 ‘규제 혁명’이라는 말이 있다. 규제 혁파 없이는 한 발짝도 혁신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지적과 다름없다. 대선 후보들은 기업인이 맘 놓고 뛸 수 있는 기업 환경부터 약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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