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10일 09:1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올해 해운사들의 신용도 전망이 밝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올해 해운 산업의 사업 환경을 우호적으로 보고 있어서다. 컨테이너선사들은 확대된 이익창출능력을 바탕으로 재무안정성을 끌어올리고 있고, 벌크선사들은 장기 계약을 중심으로 양호한 실적을 내고 있다. 확충된 재무 여력을 어떻게 사용하는 지에 따라 해운사별로 신용도 방향성은 달라질 전망이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올해 글로벌 경기 회복세를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선 낮지만 물동량 성장세도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우호적인 수급 환경과 항만 적체 현상에 따른 고(高)운임이 계속돼 해운사들이 올해 우수한 영업 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다.
주요 해운사들의 신용등급(한국신용평가 기준)을 보면 팬오션은 지난해 말 A-에서 A로 올랐다. 스폿(단기 운송 계약) 부문의 리스크(위험 요인) 관리 능력과 탄력적인 선대 운용 덕분이다. 장기 운송 계약이 증가하면서 우수한 실적 흐름이 이어진 것도 신용등급 상향 조정의 배경이 됐다. 팬오션은 우호적인 시황 덕분에 지난해 3분기 누적으로 전년 동기 대비 두 배가량 증가한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장금상선은 지난해 말 신용등급 전망이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올랐다. 현재 BBB인 신용등급이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장금상선은 확대된 이익창출능력과 일부 계열사의 자본 유치로 재무부담이 완화되고 있다.
에이치엠엠의 신용등급 전망도 긍정적이다. 현재 에이치엠엠의 신용등급은 투자 등급의 최하단인 BBB-다. 에이치엠엠은 전 항로에 걸친 우호적인 커네이너 시황 덕분에 우수한 영업실적이 예상되고 있다. 전환사채의 보통주 전환에 힘입어 재무안정성도 큰 폭으로 개선됐다.
김종훈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한 펜트업(억눌렸던 수요가 폭발하는 현상) 효과와 글로벌 공급망 병목 현상 등 수요 불균형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점차 완화하면서 현재 이례적인 초호황이 지속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코로나19의 계속된 확산세와 공급망 이슈의 완전한 회복까진 적지 않은 기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아 우호적인 사업 환경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건화물선과 컨테이너선의 경우 올해 인도 예정 선박이 적어 수급상 부담이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탱커선은 선박 인도량은 상대적으로 많지만 지난해까지 억눌렸던 원유 수요가 점차 살아나 시장 환경이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됐다.
이처럼 코로나19 확산세의 추세적인 전환이 없다면 해운 시장의 우호적인 환경이 이어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다만 영업레버리지 수준에 따라 실적 증가 폭은 달라질 것으로 점쳐진다.
김정훈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영업레버리지 수준에 따라 고운임 시황 향유 수준이 차별화될 것"이라며 "해운사별로 실적 증가 폭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확대된 영업레버리지는 저(低)시황 국면으로 전환될 경우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업레버리지는 매출이 고정비 부담을 상쇄할 수준 이상으로 늘어나면 이익이 더 빠른 속도로 불어나는 것을 말한다.
이미 일각에선 최근 신조선 발주 급증 양상이 오는 2023년 이후 시장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23~2024년 컨테이너선 선복량 증가율은 5%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른 중장기 수급 펀더멘털(기초체력) 저하는 컨테이너선 시장의 경쟁 강도를 크게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신승환 나이스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컨테이너선과 건화물선의 업황 호조에 따라 용선료와 신조선가가 함께 크게 상승하고 있는 건 향후 해운사들이 추가로 선박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부담 요인이 될 것"이라며 "선박 조달 비용이 높아지는 환경에서 보유 선박의 평균 선령이 높거나 단기 용선 위주로 선박 운용을 하는 해운사의 경우 업황이 하향세로 전환되면 높은 고정비 등으로 사업안정성과 영업수익성에 큰 변동이 나타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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