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멸공' 게시글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이마트에서 멸치와 콩을 장보는 사진을 공개하는가 하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정 부회장을 직접 비판하면서 정치권에서 '뜨거운 감자'가 됐다. 신세계그룹 소속 브랜드에 대한 불매운동과 응원·지지 움직임까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그동안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 계정에 '공산당이 싫다'는 글을 올려 화제를 낳았다. 최근 불을 지핀 것은 지난 6일 올린 게시물에 '한국이 안하무인인 중국에 항의 한 번 못한다'는 제목으로 정부의 대중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의 기사 캡처 화면을 '멸공', '승공통일', '반공방첩'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올린 것.
인스타그램이 '멸공' 태그가 붙은 자신의 게시물을 '폭력·선동'이라며 삭제한 데 대해 항의하는 의사로 풀이된다. 인스타그램 측은 논란이 된 정 부회장의 게시글을 결국 복구했다.
6일 정 부회장의 게시물 속 기사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진이 들어 있어 논란이 되자 그는 7일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대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진이 들어간 기사 캡처화면을 담은 새 글을 올렸다.
정 부회장은 "나의 멸공은 중국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나의 멸공은 오로지 우리 위에 사는 애들(북한)에 대한 멸공이고 나랑 중국이랑 연결시키지 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다들 괜히 오해하지 말기를 바란다"면서 '나는 개인이오'란 해시태그를 넣었다.
그러나 이후에도 파장은 끊이지 않았다. 조 전 장관이 SNS에서 "거의 윤석열 수준"이라고 비판하자 윤 후보가 이마트에서 장을 보며 멸치와 콩을 든 모습의 사진을 올린 것.
보수 정치권에서는 나경원 전 의원,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이 멸치와 콩을 곁들여 '멸콩(멸공)' 메시지를 전하며 일종의 '멸공 챌린지' 유행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누리꾼들은 상반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불매운동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날 기준 인스타그램에는 이마트 불매, 신세계 불매 등의 해시태그로 각각 100건이 넘는 게시물이 올라와 있는 상태다.
'나는 꼼수다'(나꼼수) 출신 시사평론가 김용민 씨는 신세계그룹 불매 의사를 밝혔다. 그는 "소비자를 우습게 여기다 못해 선거운동에 뛰어들었는데, 그(정용진 부회장)의 매장에는 갈 수 없는 노릇"이라며 "온·오프(라인) 모두 발길 끊겠다"고 SNS에 글을 올렸다.
반면 한 누리꾼은 "백신패스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은 갈 수 없지만 온라인에서 (신세계그룹 브랜드를) 이용하겠다"며 지지글을 올리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75만여 명으로 재계의 대표적 인플루언서로 손꼽힌다. 신제품과 취향 소개 등에도 적극적으로 SNS를 활용하는 경영인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정 부회장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브랜딩과 소통 측면에서 성공적 행보를 보였다"면서도 "최근에는 정치적 발언에도 적극 나서는 상황인데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자 출신인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정 부회장의 잇따른 '멸공' 발언에 대해 "정치적 쟁점으로 번졌는데 기업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큰 리스크"라고 평가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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