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도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작년 3월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카카오 등 성장주의 주가는 잠시 주춤했다. 하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Fed는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입장이었던 데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경기 회복이 어려워지면서 국채금리는 다시 하락했다. 성장주는 큰 폭으로 반등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작년을 기억하며 올해도 성장주 저가 매수에 나서는 모습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카카오를 77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개인 순매수 종목 1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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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시장 상황을 설명하는 키워드는 ‘금리 상승’과 ‘어닝쇼크’였다.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7일 연 1.765%까지 올랐다. 성장주의 상징과도 같은 카카오 주가는 3.4% 하락한 9만6600원으로 10만원 선을 뚫고 내려갔다. 카카오뱅크(-7.09%), 카카오페이(-3.26%) 등도 동반 하락했다. 시장은 악재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고(高)PER(주가수익비율) 종목이 아니었음에도 LG생활건강은 4분기 어닝쇼크 우려에 주가가 13.41% 하락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66개 분기 연속 이익 증가의 신화(LG생활건강)’, ‘플랫폼 불패 신화(카카오)’ 등 장기간 이어져 온 신화들이 깨지는 국면”이라며 “이런 신화가 무너지는 국면에선 공매도가 증가하고, 손절매가 이어지면서 낙폭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LG생활건강을 시작으로 아모레퍼시픽(-5.3%), F&F(-4.63%) 등 중국 소비재 관련주로 냉기가 확산됐다. 이 밖에도 4분기 예상만큼 실적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들의 주가가 줄줄이 떨어졌다. 지난 7일 4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LG전자는 증권사들의 추정치를 밑도는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이날 LG전자 주가는 5.45% 하락했다.
4분기 실적 전망치가 큰 폭으로 상승한 기업들도 주목할 만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의 4분기 이익 추정치는 3개월 전 대비 68% 늘어났다. 국제 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가는 데다 수주 낭보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벌써 3조원 상당의 선박 건조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올 들어 주가는 8.35% 올랐다.
정성한 신한자산운용 알파운용센터장은 “PER이 높지 않으면서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대할 수 있는 종목을 발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에코프로비엠과 같은 고평가된 순수 배터리 소재주보다는 고려아연처럼 전통 산업에 기반을 두고 있으면서도 성장 동력을 탑재한 종목을 발굴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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