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신사업 투자를 위해 보유 중인 핵심 부동산을 잇달아 현금화하고 있다. 그룹 사옥 등 전례 없는 ‘알짜’ 부동산이 등장하면서 올해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상장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할 전망이다.
10일 부동산금융업계에 따르면 한화자산운용은 최근 리츠자산관리회사(AMC) 인가를 받고, 한화그룹이 소유한 자산을 유동화하기 위한 검토에 들어갔다. 주요 부동산 자산으로는 서울 여의도 63빌딩과 장교동 본사 사옥, 태평로 한화금융플라자 등이 있다. 한화자산운용은 이들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리츠를 만들어 투자자를 모은 뒤 임대 수익 등을 배당금으로 나눠주게 된다. 최근 1~2년 사이 SK그룹이 SK리츠를 통해 그룹 본사 사옥인 서린빌딩과 SK에너지 주유소 116곳을 현금화했고, 롯데그룹은 전국의 롯데백화점 및 마트·아울렛 15곳을 리츠에 넘겨 자금을 조달했다.
올해는 경영계 전반으로 부동산의 현금화 붐이 확산할 조짐이다. 10조원대 부동산 자산을 보유한 신세계그룹은 AMC 설립을 위해 이지스자산운용 등과 협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와 현대자동차그룹, GS그룹 등도 부동산 일부의 현금화를 추진 중이다.
대기업들이 리츠를 ‘실탄’ 마련 창구로 활용하면서 올해 신규 상장 리츠는 사상 최대 규모를 경신할 전망이다. 상장을 준비 중인 리츠는 10여 곳으로, 역대 가장 많았던 2020년의 6건을 훌쩍 뛰어넘는다. 대기업 보유 부동산이 쏟아지면서 개별 리츠의 몸집도 커졌다. 1조원을 웃도는 리츠의 상장 사례는 연간 1~2건에 그쳤는데 올해는 최소 4~5건의 조 단위 리츠가 출현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윤아영/이태호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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