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조기상환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우려 등으로 글로벌 증시가 부진한 탓에 많은 ELS가 상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의 빅테크 규제 등으로 풍파를 겪은 홍콩H지수의 경우 지난해 고점 대비 30% 하락해 이와 연계된 ELS는 모조리 발목이 묶였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미 발행된 ELS의 상환은 대부분 이뤄지겠지만 신규 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문제가 되는 건 홍콩H지수다. 홍콩H지수는 워낙 변동성이 크기에 예상수익률(쿠폰)이 높아 ELS의 기초자산으로 자주 채택돼 왔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1년간 홍콩H지수와 연계돼 발행한 ELS는 18조7490억원어치로 S&P500, 유로스톡스50, 코스피200 다음으로 규모가 컸다. 그런데 이 홍콩H지수가 최근 중국 정부의 빅테크 규제와 헝다 사태가 맞물리며 큰 폭으로 내리면서 ELS의 발목을 잡았다. 홍콩H지수는 현재 지난해 2월 고점(12,271.6) 대비 약 30% 떨어진 상태다. 1차 조기상환(발행일 후 반년) 기준이 보통 발행가 대비 90%, 2차 조기상환(발행일 후 1년) 기준이 발행가 대비 85%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수가 조기상환 기준을 크게 밑돈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달 1차 조기상환이 돌아온 홍콩H지수 연계 ELS는 한 건도 조기상환되지 못했다.
코스피지수 부진 역시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4분기 내내 코스피200지수는 6개월 전 주가 대비 85~95% 수준에서 움직였다. 만약 조기상환 기준이 발행일 대비 85% 이상이었다면 상환에 성공했겠지만 95% 이상이었다면 반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조기상환일이 돌아오는 홍콩H지수 연계 ELS는 현재 가격대에서 크게 하락하지 않는다면 절반 정도 조기상환을 기대할 수 있다”며 “1분기에도 홍콩H지수와 코스피200 지수 관련 ELS 조기상환 실패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지난해 4분기보다는 상황이 괜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신규 투자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Fed의 긴축을 코앞에 두고 글로벌 주식시장이 악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하락장의 폭과 기간을 가늠할 수 없는 현재로선 ELS 신규 투자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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