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7시27분께 북한이 자강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1발을 탐지했다”며 “발사체 비행거리는 700㎞ 이상, 최대고도는 약 60㎞, 최대속도는 마하 10 내외”라고 발표했다. 이어 “북한이 5일 발사한 탄도미사일보다 진전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하 10’ 이상의 속도는 중국과 러시아가 보유한 극초음속 미사일 수준이다. 현재의 한·미 미사일 방어망으로는 요격이 불가능하다. 특히 북한이 지난해 9월 첫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로부터 4개월 만에 기술 수준을 더 끌어올리며 ‘한국과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 무력화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의 이번 도발은 지난 7일 “북한이 5일 발사한 미사일은 극초음속활공체(HGV) 기술에는 도달하지 못했다”고 밝힌 우리 군을 정면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당시 군은 “속도는 마하 6.0 수준, 고도는 50㎞ 이하”라며 “비행거리는 북한이 주장하는 대로 700㎞는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초도 평가하고 있다”고 북한 미사일을 평가절하했다. 그런데 엿새 만에 속도를 마하 10 수준으로 높이고 700㎞ 이상의 비행거리를 확보한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우리 군 당국의 발표가 다 잘못된 기준으로 판단했다는 걸 대놓고 실제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시험 발사는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논의하기 위한 긴급회의 직후 이뤄졌다.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한 유엔 안보리 결의가 ‘이중 기준’이라고 반발해 온 북한이 의도적으로 안보리 회의에 맞춰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을 앞둔 시기에 북한이 연속해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한 데 대해 우려된다”며 “앞으로는 더 이상 남북관계가 긴장되지 않고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각 부처에서 필요한 조치들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이 ‘대선을 앞둔 시기’라며 북한의 대선 정국 개입 시도에 경고성 발언을 한 것 자체가 또 다른 대선 개입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고 “정세 안정이 매우 긴요한 시기에 이뤄진 이번 발사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지난 5일 도발 당시 ‘우려를 표명한다’고 한 것에 비해 표현 수위를 높였지만 이날도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하지는 않았다.
이날 미국 영국 등 6개국은 “북한의 5일 탄도미사일 발사는 안보리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는 대북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한국은 “다양한 요소를 고려했다”며 공동성명에 불참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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