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토니모리 '패자부활' 노린다

입력 2022-01-12 17:35   수정 2022-01-13 02:24

복숭아, 바나나 등 과일 모양 용기에 담은 화장품으로 201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1세대 화장품 로드숍’ 토니모리가 부활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2016년 2300억원대를 기록했던 매출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중국 실적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오프라인 로드숍 성공에 취해 온라인 전환흐름까지 놓치면서 이중고에 시달린 토니모리는 지난해 펫푸드 업체를 인수해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
5년간 실적 악화에 시달려

12일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토니모리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적자를 낼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85억원의 적자를 냈다. 2016년 176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뒤 이듬해부터 적자의 늪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2016년 2331억원에 달하던 매출은 2020년 1135억원으로 줄었다.

토니모리는 배해동 회장이 2006년 창업한 화장품 회사다. 화장품 용기 제조업체 태성산업을 운영하던 배 회장은 저가형 로드숍 화장품이 붐을 이루자 직접 화장품 제조 산업에 뛰어들었다. 용기 전문가인 배 회장은 자신의 전공을 살려 과일 모양의 독특한 용기에 담은 ‘과일 화장품’으로 1020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2015년 유가증권시장 상장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2017년 사드 직격탄을 맞으면서 실적이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도 발목을 잡았다.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이 크게 줄어들면서 서울 명동과 인사동 등에 자리 잡은 주요 오프라인 매장 매출이 급감했다. 오프라인 로드숍을 믿고 온라인 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판단도 화를 키웠다.

사업이 부진하면서 회사의 재무상태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토니모리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총차입금은 726억원에 달한다. 2018년(573억원) 대비 26.7% 늘었다. 부채비율은 169.16%, 차입금 의존도는 36.17%로 치솟았다. 토니모리가 지난해 말 상장 이후 처음으로 유상증자에 나선 이유다. 하지만 유상증자에 따른 오버행(대규모 매각 대기 물량) 우려로 주가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펫푸드 진출·온라인 전환 속도
토니모리는 재도약을 위해 화장품 사업 외 새로운 영역에 진출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3월 펫푸드 제조업체 오션을 인수해 펫푸드 사업에 도전했다. 오션은 원물의 영양소를 그대로 살린 동결 건조 천연 간식 등을 대표 제품군으로 갖춘 프리미엄 펫푸드 업체다. 토니모리는 지난해 말 생산량 증대와 원가 절감을 위해 오션 생산공장에 자동화라인을 구축하는 등 펫푸드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토니모리 관계자는 “화장품과 펫푸드가 사업 영역은 다르지만 주요 소비군이 2040 여성이라는 점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업인 화장품 시장에선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었지만 온라인 전환에 집중하고 있다. 2020년부터 배달의민족 B마트에 입점해 화장품 당일 배송을 시작한 데 이어, 자사몰인 토니스트리트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지난해 말에는 국내 1위 H&B(헬스&뷰티)스토어 올리브영에 정식 입점하는 등 로드숍 중심이던 유통망을 온라인 중심으로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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