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세계 5세대(5G) 이동통신 스마트폰 판매량은 8억7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5억8000만 대)보다 3억 대가량 늘어나고,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14억9200만 대)의 50%를 처음 넘어선다. 2022년이 ‘5G 스마트폰 대중화’ 원년인 셈이다.
급증하는 5G 스마트폰 수요를 잡기 위한 제조사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올해 폭발적으로 성장할 신흥국 고객을 겨냥한 중저가 5G폰 시장이 주요 전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동남아 등 5G폰 수요 급증할 듯
지난 7일 폐막한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2’에선 5G 스마트폰 신제품이 여럿 공개됐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21 팬에디션(FE) 5G, TCL의 30V 5G와 30XE 5G, 노키아의 G400 등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모두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보급형 제품이라는 것이다. 갤럭시S21 FE 5G는 699달러, G400은 239달러에 불과하다. 30V 5G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300~400달러가 유력하다. 스마트폰업계 관계자는 “올해 본격화할 중저가 5G 스마트폰 경쟁의 예고편”이라고 평가했다.
새로운 세대의 통신 기술이 나오면 초기에는 보통 플래그십(최상급 기종) 스마트폰과 선진국이 시장을 주도한다. 이후엔 신흥국과 중저가 스마트폰이 바통을 넘겨받는다. 5G가 이런 분기점에 있다. 현재 인도 동남아 등의 5G 침투율(전체 스마트폰 중 5G폰 비중)은 10~20%에 그치지만, 올해 이들 국가의 5G 통신망 구축이 본격화하면서 5G폰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연초부터 중저가 5G폰을 경쟁적으로 내놓은 배경이다.
삼성, 갤럭시A 시리즈에 5G 적용
삼성전자는 올해 갤럭시A 시리즈 모든 제품에 5G를 적용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갤럭시A 시리즈는 가격이 20만~60만원대인 대표적인 중저가 스마트폰이다. 지난해 말 미국에 출시한 갤럭시A13 5G는 249달러로, 삼성전자 5G폰 가운데 가장 싸다. 그럼에도 방수방진 기능, 스테레오 스피커, 대용량 배터리 등을 갖췄다. 삼성전자는 올해 이 제품을 인도 등 신흥국에도 판매할 예정이다. 갤럭시A 시리즈보다 성능이 좀 더 낮은 갤럭시M·F 시리즈에도 5G 적용을 확대할 방침이다.
삼성전자가 이달 갤럭시S21 FE를 출시한 것도 의미심장하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원래 지난해 하반기 이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반도체 수급난 등 때문에 출시하지 못했다. 새해 초엔 플래그십(최상급) 기종인 갤럭시S22 출시가 예정돼 있다. 갤럭시S22 공개 직전에 다른 제품을 내놓으면 수요층이 분산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갤럭시S21 FE 출시가 취소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삼성전자는 판매를 강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성비를 중시하는 수요층은 시기와 상황에 관계없이 탄탄할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플도 2년 만에 중저가 5G폰 내놔
중저가 제품 출시에 인색한 애플도 올해는 이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올 1분기 자사의 유일한 중저가 스마트폰인 아이폰SE 신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2세대 아이폰SE를 출시했던 2020년 4월 이후 약 2년 만이다. 아이폰SE로는 처음 5G를 적용할 것이 유력하다. 가성비도 강화한다. 정보기술(IT) 전문매체 폰아레나는 지난달 “신형 아이폰SE는 전작 가격(399달러)보다 저렴하게 출시될 것”으로 내다봤다. 가격은 낮지만 사양은 수준급으로 예상된다. 3세대 아이폰SE는 애플의 최신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인 A15 바이오닉을 장착할 가능성이 높다.
샤오미 오포 비보 TCL 리얼미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는 지금도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이 주력이다. 20만~30만원대 5G폰을 가장 먼저 내놓은 것도 중국 업체들이었다. 저가 공세 전략은 작년 하반기부터 효과를 톡톡히 발휘하기 시작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리얼미는 작년 3분기 5G 스마트폰 매출이 831% 급증했다. 오포(165%), 비보(147%), 샤오미(134%) 등도 전체 5G폰 매출 증가율(121%)을 웃도는 성적을 냈다. 올해 오포와 비보, 샤오미 등은 5G폰 가격을 10만원대까지 낮춘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만 미디어텍, 중국 유니SOC 등의 저렴한 5G 칩셋 장착 등을 통해 이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