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12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해 국내 주식·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금은 387조1000억달러가량 순유입했다. 이 같은 순유입 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다소 수그러든 2009년(421억5000만달러) 후 가장 컸다.
시장별로 보면 외국인은 주식을 174억4000만달러 순매도했다. 2020년(182억4000만달러 순매도) 이후 2년 연속으로 주식시장에서 이탈하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반면 채권시장에서는 561억5000만달러 순매수했다. 연간 외국인 순매수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다. 외국인은 채권시장에서 2019년(81억6000만달러 순매수)과 2020년(217억1000만달러 순매수)에 이어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이 국내 채권을 사들인 것은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상대적으로 튼튼하기 때문이다.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프랑스 아부다비와 같은 'AA(Aa2)'로 평가했다. 'AA-(Aa3)'인 영국 벨기에 홍콩 대만은 물론 'A+(A1)'인 일본 중국 사우디아라비아보다도 높다.
신용도는 선진국 수준이지만 채권 금리는 상대적으로 높다. 한국의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이달 11일 기준 연 2.48%로 미국(연 1.74%), 일본(연 0.15%) 독일(연 -0.03%) 영국(연 1.17%)보다 높다. 외국인이 달러를 원화로 바꿔 한국 10년 만기 국고채에 1년 동안 투자할 때 단순계산으로 1.47%인 금리에 스와프레이트를 얹을 경우 2%대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작년에 상당기간 원·달러 스와프레이트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도 채권 투자 유인을 늘린 배경이다. 원·달러 스와프레이트는 원화를 담보로 달러를 빌릴 때 제공하는 금리다. 이 지수가 마이너스(-)면 달러가 귀해 외국인이 달러를 빌려주고 그 대가로 이자를 받는다는 의미다. 외국인이 달러를 원화로 환전해 국고채를 사들이면 국고채 금리에 스와프레이트까지 얹어서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게 된다.
한은 자본이동분석팀 관계자는 "작년에 해외 중앙은행과 외국 연기금을 비롯한 해외 공공투자금이 국가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한국의 채권과 통화안정증권을 대서 사들인 결과"라고 평가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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