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을 끌어온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가 결국 무산됐다.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두 기업의 합병에 대해 최종 불허 결정을 내렸다. 현대중공업그룹,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대형 3사 체제에서 빅2 체제로 전환을 통해 국내 조선산업의 체질 개선을 이룬다는 업계의 숙원도 물거품이 됐다.
EU집행위원회는 13일(현지시간)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에 대해 최종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EU집행위는 두 회사의 합병이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시장에서의 독과점으로 이어져 가격 인상 등 독과점의 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두 회사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78척의 LNG선 가운데 47척을 수주해 시장 점유율의 60%를 차지했다.
EU 경쟁당국은 합병 승인 조건으로 두 회사 중 한 곳의 LNG선 사업부문을 매각해 시장 점유율을 50%이하로 낮출 것을 요구했다. 현대가 보유한 울산(현대중공업)과 영암(현대삼호중공업) 두 곳의 조선소 중 한 곳을 팔라는 의미였다. 현대중공업 측은 사실상 합병의 의미 자체가 무색해지는 요구에 STX조선 등에 LNG선 관련 기술 이전 등 대안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3년을 끌어온 조선업 ‘빅딜’이 13일 EU경쟁당국의 불승인 결정으로 무산된 배경이다.
EU집행위는 표면적으로 '독점 우려'를 합병 불승인 이유로 내세웠지만, 역내 산업을 보호하려는 '자국 중심주의'가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세계 5대 컨테이너 선사 가운데 4곳이 유럽 업체이고, LNG운반선을 비롯해 초대형원유운반선(VLCC)등 한국 조선업체들의 주력 선종의 발주처인 그리스 선주 집단 역시 유럽이 본거지다. 선박용 엔진을 만드는 만(MAN)이나 바르질라, LNG운반창 원천 기술을 가진 GTT등 조선 기자재 업체들도 유럽에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EU로선 LNG선 뿐 아니라 이중연료추진 컨테이너, 탱커 등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도 50%에 가까운 점유율을 갖고 있는 ‘메가 쉽빌더’의 탄생이 달갑지 않았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지난해부터 수주 호황이 이어지면서 이번 합병 불발이 당장 두 기업의 경영에 미칠 영향을 제한적일 전망이다. 한국 조선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제기됐던 과당 경쟁 체제가 이어지면서 중장기적으론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내 대형 3사는 수주 잔량 기준 세계 1,3,4위 조선업체다. LNG선을 비롯해 초대형 컨테이너선, VLCC등 주력 선종이 같다보니 같은 수주건을 두고 저가 입찰에 나서며 수익을 갉아먹는 문제가 이어져왔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당장 수주 호황에 가려져 있지만 하향기가 되찾아왔을 때 과당 경쟁 문제는 또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환/이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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