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밭 싸움 같은 대선판에서 ‘작은 정부’ 라는 공약이 나온 게 신기할 지경이다. 한국뿐 아니라 대체로 근래 들어 다소 주춤해졌지만 ‘작은 정부’ ‘큰 정부’ 논쟁은 오래된 담론이다. 개인의 기본권, 자유와 선택권 같은 중요한 근본 아젠다에서 뺄 수가 없는 것이다. 근대국가 초기의 야경국가론부터 대공황 이후 확대된 정부기능론까지 모두 이 담론과 연결된다.
최근 들어 작은 정부론의 위축된 데는 코로나 쇼크 탓이 적지 않아 보인다. 경제의 활성화, 민간의 창의성 고취, 사적 자치와 개인 자유의 신장의 이론적 근거로 작은 정부론은 필수다. 이런 담론의 출발이면서 정당성도 당연히 있다. 하지만 방역에서 국가 역할이 과도하게 돋보였다. 잘 했다거나 당위라는 게 아니라 결과적으로 중요성이 부각됐다는 사실부터가 중요하다. 한국에서는 특히 코로나에 대해 좀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정부의 거칠고 투박한 월권 행보에 대해서도 상당히 관대하거나 무딘 반응이 다수였다. 근래 방역을 내세운 정부의 기본권 침범 등에 대한 성찰이 뒤늦게라도 나오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첫째, 정부 조직의 축소와 공무원 인력의 감축이다. 중앙 정부 뿐 만 아니라 광역·기초 등 각급 지방자치단체까지 맞물려가야 한다. 단순히 행정부 뿐 아니라 비대해진 국회, 간섭받지 않는 치외법권 지대 사법부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밖에도 많다. 감사원 선거관리위원회처럼 헌법에 의거한 국가기관도 있고, 헌법 차원은 아니지만 한국은행 같은 독립된 법에 따른 기관도 있다. 이런 게 모두 작은 정부론에서는 잠재적 혹은 실질적 대상이다. 국민 실감차원에서나 경제적 효과를 보자면 공기업과 일반 공공기관도 확 줄거나 민영화돼야 작은 정부가 된다.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른 국가 공기업, 공공기관, 준정부기관만 340여개나 된다. 거대한 국가공기업만큼은 아니지만 시·도, 심지어 기초 지자체 산하에도 지방공기업이 부지기수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공무원만 해도 얼마나 늘어났나. 문 정부 4년간 늘어난 공무원만 11만명이다. 그 이전의 4개 정부 20년간 증가한 공무원보다 많다. 이들의 인건비 활동비만이 문제가 아니다. 공무원은 연금까지 국가가 책임져야하기 때문에 부담은 기하급수로 는다. 공직) 스스로도 걱정할 정도로 청년세대가 미래에 부담하기 어려운 지경이 됐다.
셋째, 과감한 규제혁파다. 작은 정부의 본질은 사실상 이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설령 공무원 비율이 다소 높아도, 팽창 재정이 한동안 계속되어도 그 자체가 문제일 수는 없다. 공공 부문이 일을 창의적으로 하고, 재정을 제대로만 잘 쓴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현실은 공무원 한 사람 늘어나면 그에 맞춰 규제 행정도 한 가지 이상씩 늘어난다는 데 있다. 민간의 창의고취는커녕 기업이 위축되고 시장기능이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규제가 문제인 것이다. 공직의 규제 본능을 줄이는 것은 공무원 숫자를 줄이고, 공공의 이름으로 해온 것과 하고 싶은 것은 민간영역으로 과감히 돌리는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문제가 생기면 그때 가서 법 적용을 엄격히 하고 그래도 애매하면 당사자들 스스로 법원을 찾아서 권리관계, 이해 조정을 하면 된다.
허원순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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