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의회에 '중국 스파이 경계령'

입력 2022-01-14 14:56   수정 2022-01-15 01:13

영국 정보기관이 의회에 중국 스파이 경계령을 내렸다. 중국 공산당과 연계된 중국인 여성 변호사가 공작 활동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영국 언론은 13일(현지시간) “영국 정보기관인 MI5, MI6 등이 공개적으로 의회에 중국 스파이를 주의하라는 경고문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중국인 여성 변호사 크리스틴 리가 영국 의원들과 교류하며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내용이다.

MI5는 리가 중국 공산당 중앙통일전선공작부와 은밀히 조율해가며 영국에서 공작 활동을 벌였다고 지적했다. 2014년 말 세운 법률회사를 통해서다. 리의 스파이 활동 자금은 주로 중국과 홍콩에 있는 외국인들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통일전선공작부는 영국 정치환경을 중국 공산당에 우호적으로 조성하기 위해 리에게 정치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사와의 관계를 강화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가 영국 정치인에게 기부한 금액은 70만파운드(약 11억원)에 달하며 이 가운데 배리 가디너 노동당 의원이 상당액(5년간 42만파운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리의 아들이 가디너 의원 사무실에서 일정 관리 업무를 맡고 있었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리의 아들은 이날 일을 그만뒀다.

가디너 의원은 “국내 정보기관에 리의 활동과 기부 현황을 늘 소명했다”고 해명했다. 영국 하원의장실은 의원들에게 이메일로 MI5의 경고문을 공유한 뒤 “리와 접촉했다면 보고하라”고 했다. FT는 “정보당국이 공개적으로 특정 개인에 대해 경고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했다. 리는 중국대사관 소속 공작원은 아니며 현재로선 추방이나 기소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당국 한 관계자는 BBC에 “과거엔 러시아가 영국 정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에 대한 우려가 주를 이뤘는데 이제는 중국이 가장 큰 위험 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리는 “영국에 체류하는 중국인을 대변하고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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