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14일 “EU로부터 합병 관련 최종 결정문을 받아본 뒤 후속 조치를 마련할 계획”이라며 “그 이전에 자진해서 인수를 철회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대중공업그룹이 조만간 인수 철회 의사를 밝힐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도 “해외 경쟁당국에서 불허하면 해당 회사는 기업결합 신청을 철회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합병 무산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현대중공업그룹의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재무부담 확대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9년 3월 대우조선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본계약을 맺었다. 당시 산은은 대우조선 지분 전량(55.7%)을 조선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에 현물 출자하고, 1조2500억원 규모의 한국조선해양 상환전환우선주와 보통주 7%를 받기로 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가 한국조선해양에 1조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이어 한국조선해양은 대우조선에 1조5000억원의 유상증자를 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 인수 후 유동성 지원을 위해 필요 시 1조원을 지원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대우조선이 보유한 전환사채(2조3000억원)와 산은이 보유하는 상환전환우선주(1조2500억원)까지 합치면 현대중공업그룹이 감당해야 하는 인수자금은 최대 6조원에 달한다.
합병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현대중공업그룹은 이 자금을 아낄 수 있게 됐다. 삼성증권은 “아낀 현금을 신사업에 투자할 여력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조선업계에선 현대중공업그룹이 실사비용 외에는 투입한 자금이 없는 만큼 별반 손해 본 게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는 EU 발표 직후 대우조선 경영정상화를 위해선 ‘민간 주인 찾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선업황과 대우조선 재무구조를 고려할 때 국내 대기업의 인수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이 때문에 대우조선 방산부문 등을 분리 후 매각하거나 해외 조건 관련 업체 또는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대우조선이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액화천연가스(LNG)선 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다음주 기자간담회를 열어 대우조선 경영정상화 및 민영화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민/황정환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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