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현상에는 바이든의 정치적 허약함도 한몫하고 있다. 미국의 적들은 더 많은 것을 지켜보고 있다. 그들은 미국 정책의 일관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민주주의 회복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중국과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신호를 보냈다. 미국의 적뿐만 아니라 몇몇 동맹국들도 동시에 이런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양립할 수 없는 목표에 초점을 맞춘 바이든의 정책이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결론짓는다.
아시아를 포섭해야 한다. 동남아시아에서 미국의 입지를 공고히 하지 않고서는 중국의 역내 야망에 대항할 방법이 없다. 중국과 균형을 유지하려는 바이든의 생각은 민주주의 증진이라는 그의 목표와 배치된다. 아직까지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효과적으로 처리하고 있다는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
일례를 들어보자. 캄보디아에서 중국 해군기지로 보이는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것과 관련해 미국은 캄보디아 군과 정치인에 대한 제재에만 분주하다. 그러나 이런 유형의 제재는 그들의 행동을 변화시키지 못하고 자극만 할 뿐이다. 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미국의 제재에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다. 그는 미얀마 군사정부를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정책을 약화시키기 위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의장국 위치를 이용하고 있다.
허풍스러운 제재는 미국에서는 값싼 인기를 얻을 수 있다. 민주주의 전사들과 언론들을 진정시키는 방법이기도 했다. 옛 소련 붕괴 이후 미국에 강력한 경쟁자가 없었던 시절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제재들이 별 효과를 내지 못한다.
中·러시아 야망 견제 못 해"
이는 작은 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 바라티야자나타당(BJP)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관점에서 볼 때 문제되는 요소가 많다. BJP가 통제하는 일부 지역에서는 힌두교 외 다른 종교, 특히 개신교에 대한 폭력과 괴롭힘이 광범위하게 보고되고 있다. 미국이 이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쉽지 않은 문제다. 인도 없이 중국의 야망을 견제하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미국이 반대하는 것들에 허풍 섞인 제재를 가하는 습관은 동맹국들을 포함한 많은 나라가 미국을 견제하며 러시아 중국 등과 국방 관계를 강화하도록 만들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수익성이 좋은 중동 무기시장에 뛰어들길 바라고 있다. 민주주의 촉진, 기후변화, 지정학적 경쟁 등이 모두 중요하다는 바이든의 말은 맞다. 하지만 집권 1년이 지난 지금, 바이든 행정부는 이런 야심찬 목표를 추구하기 위한 지속가능한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것을 세계에 확신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How Adversaries Size Up Biden’s Foreign Policy’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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