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추경으로 150조원 더 쓴다…1인당 나랏빚 2000만원 돌파 [강진규의 데이터너머]

입력 2022-01-16 11:19   수정 2022-01-16 15:28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0번째 추가경정예산안인 '1월 추경'이 현실화하면서 재임기간 추경 규모가 150조원을 돌파하게 됐다. 노무현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3개 정부가 약 15년간 편성한 추경 예산안보다 많은 금액을 추경으로 편성했다.

급격히 늘어난 씀씀이는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올해 1월 추경을 통해 적자국채를 또 발행하게 되면 1인당 나랏빚이 2000만원을 훌쩍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다.
추경만 150조원 쓰는 문재인 정부
추경은 본 예산안 편성 이후 추가적인 재정 소요가 발생했을 때 긴급히 편성하는 예산안이다. 본 예산을 짤 때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 한해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첫해인 2017년부터 매년 꾸준히 추경을 편성해왔다. 2017년엔 일자리 창출과 평창올림픽 개최 지원 등을 위해 11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했다. 정부가 출범한 해에는 대체로 추경을 통해 새 정부의 정책을 추진하기 때문에 이는 이례적인 것은 아니었다.

2018년과 2019년의 추경은 긴급성 요건과 무관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2018년은 청년 일자리 지원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3조9000억원 규모로 추경이 마련됐다. 2019년엔 5조8000억원이 편성됐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응하기 위한 R&D 예산이 2732억원 투입됐고, 강원도 산불 피해대책과 포항 지진 피해대책 예산 등이 추경에 담겼다. 미세먼지 문제로 인한 마스크 지원 사업이 포함되면서 '미세먼지 추경'이라고도 불렸다.

지난 2020년에는 6·25전쟁이 발발한 1950년(일곱 차례) 이후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많은 4차례의 추경이 있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예산이었다.

1차 추경은 11조7000억원 규모로 마련됐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시점이었다. 감염병 대응 예산을 확충하고 저소득층이 사용할 수 있는 소비쿠폰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겼다. 한달 후인 4월에는 12조2000억원의 2차 추경이 국회를 통과했다. 4인 가족 기준 100만원을 주는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결정된 순간이다. 기획재정부는 소득을 기준으로 저소득층에만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선거를 앞둔 정치권의 포퓰리즘에 무너졌다.

3차 추경은 역대 최대 규모의 추경이었다. 35조100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추경이 통과됐다. 10조원 이상은 세입 경정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판단해 부족한 재정을 빚을 내 메웠다. 9월엔 추석을 앞두고 소상공인 지원금과 전국민 통신비 지원 등을 하기 위해 7조8000억원을 또 썼다.

작년에도 추경 기조는 이어졌다. 코로나19가 예상치못한 변수가 아니라는 점에서 대체적으로는 본예산에서 충당하는 것이 맞지만 현금성 지원을 위해 자유자재로 빚을 냈다.

3월에는 소상공인 버팀목자금 플러스라는 이름의 소상공인 지원금 지급을 위한 14조9000억원 규모의 1차 추경이 있었다. 7월에는 1인당 25만원을 주고 소상공인 보상을 크게 늘리기 위해 34조9000억원의 추경을 또 했다.

올해도 이달 중 1차 추경이 가시화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소상공인에게 300만원의 추가 방역지원금을 주겠다며 14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예고했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 추경 합친 것보다 많다
문재인 정부에서 편성된 10차례의 추경 규모를 모두 합치면 151조3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앞서 노무현 정부부터 이명박·박근혜 정부까지 3개 정부가 약 15년에 걸쳐 편성한 추경 금액을 상회한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부터 2006년까지 5차레 추경을 했다. 태풍 매미와 에위니아 재해대책 지원, 서민·중산층 지원 등이 이유로 제시됐다. 추경 규모는 첫해 7조5000억원을 포함해 17조1000억원 규모였다.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 과정에서 2009년 28조4000억원 규모의 슈퍼 추경을 편성했다. 문재인 정부가 기록을 깨기 전까지 역대 최대 규모 추경이었다. 2008년 정부 첫해 추경을 포함해 33조원이 추경으로 편성됐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메르스 추경을 포함해 3차례, 39조9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했다. 세 정부의 추경을 모두 합산하면 횟수는 10회, 규모는 90조원이었다.
1인당 나랏빚 2000만원 넘는다
정부가 쓰는 돈이 증가할수록 국가의 채무는 함께 늘어난다. 세금 수입을 비롯한 수입 규모는 급격히 늘릴 수 없기 때문에 부족한 재정은 빚을 내서 충당한다. 문재인 정부는 최대 규모의 추경을 한 것뿐 아니라 본예산 자체도 급격히 늘렸다.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600조원대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 과정에서 나랏빚은 급격히 불어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660조2000억원이던 국가채무는 5년간 400조원 넘게 늘었다.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 본예산 기준으로만 1064조4000억원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한다. 이달 편성 예정인 추경의 재원도 적자채무가 담당한다. 이를 고려하면 10조원 가량 채무가 늘어날 것이란 지적이다.

급격히 불어난 채무는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예산정책처 국가채무시계에 따르면 현시점 국민 1인당 국가채무는 1861만원이다. 지난해 국가채무를 주민등록인구로 나눈 수치다.

올해는 2000만원 돌파가 확실시 되고 있다. 1074조원을 작년말 주민등록인구로 나누면 2081만원으로 계산된다.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1인당 나랏빚이 1275만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63배 증가했다.

게다가 저출산으로 인구도 줄고 있다. 올해 인구 감소율이 작년과 같다면 1인당 빚은 2088만원으로 확대된다. 인구 감소가 가속화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2100만원을 돌파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정부는 이번 추경에서 낸 빚은 초과세수가 확정되는대로 상환하거나 국고채 발행 예정물량을 줄이겠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이 역시 국민이 낸 세금이라는 점에서 국민부담이 늘었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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