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수장·조직·전략 모두 바꾼 삼성…"사회서 존경받는 기업 되자"

입력 2022-01-17 15:16   수정 2022-01-17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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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새출발을 선언했다. 우선 김기남 종합기술원 회장(전 DS부문장)을 비롯한 대표이사 3인을 모두 교체했다. 후임 대표이사는 완제품을 총괄하는 한종희 부회장과 반도체 사업을 챙기는 경계현 사장이다. 조직 구조도 달라졌다. 완제품 사업을 총괄하는 DX(소비자경험)부문이 새로 만들어졌다. TV와 생활가전, 스마트폰에 이르는 완제품군을 모두 관리하는 매머드급 조직이다.
○제품 아닌 경험을 파는 조직
삼성전자가 바꾼 것은 경영진과 조직만이 아니다. 경영 전략에도 상당한 변화를 예고했다. 한 부회장과 경 사장은 지난 3일 임직원 대상 신년사를 통해 삼성전자가 나아갈 방향을 밝혔다. 시작은 자기반성이었다. 한 부회장과 경 사장은 “선두 사업은 끊임없는 추격을 받고 있고, 도약해야 하는 사업은 멈칫거리고 있다”며 “2022년 우리는 다시 한번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의 비즈니스 모델과 전략, 경직된 프로세스와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문화는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며 “개인의 창의성이 존중받고 누구나 가치를 높이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민첩한 문화로 바꾸자”고 당부했다.

두 대표이사는 새해 키워드로 △고객 우선 △수용의 문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선도 등을 제시했다. 정해진 공식에 맞춰 물건을 만들던 공급자 마인드를 버리라는 것이 ‘고객 우선’이란 키워드의 속뜻이다. 제품을 파는 회사라는 생각을 버리고 고객 개개인의 경험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주요 조직의 명칭에 경험(eXperience)을 의미하는 ‘X’를 집어넣었다. 완제품 사업을 총괄하는 DX부문, 스마트폰 사업을 진행하는 MX사업부, 고객 경험을 연구하는 조직인 ‘CX·MDE(고객경험·멀티 디바이스 경험) 센터’ 등에 공통적으로 ‘X’가 들어간다. 한 부회장과 경 사장은 “고객이 우리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돼야 하고 최고의 고객 경험(CX)을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용의 문화’는 일하는 방식과 관련이 있다. 삼성 경영진은 생활가전과 TV, 스마트폰 사업 조직이 개별 회사처럼 운영됐던 탓에 이렇다 할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사업 간 칸막이를 과감하게 없앴다. 기존 CE(소비자가전)부문과 IM(IT·모바일)부문을 DX부문으로 통합한 것이 단적인 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새로운 시도에 나서지 못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메시지도 ‘수용의 문화’라는 키워드 안에 녹아 있다. 단위 조직의 실적에 연연해 미래 먹거리를 놓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한 부회장과 경 사장은 “실패를 용인하며 다양한 가치를 수용하는 포용과 존중의 조직 문화가 뿌리내려야 한다”며 “제품, 조직 간 경계를 넘어 임직원 누구나 자유롭게 상상하고 꿈꾸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나가자”고 강조했다.
○‘미래를 위한 동행’ 강조
한 부회장과 경 사장은 ESG 경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익을 많이 내는 기업’을 넘어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기업’이 되자는 의미다. 두 사람은 “회사가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하고 준법의식을 체질화해 글로벌 기업시민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ESG를 선도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하자”고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이사회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이사회 내 위원회인 ‘거버넌스위원회’를 ‘지속가능경영위원회’로 개편했다. 지속가능경영위원회는 기존 거버넌스위원회가 수행해온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과 주주가치 제고 등의 역할에 더해 ESG 이슈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CES 2022에서 글로벌 소비자에게 보낸 메시지도 ‘지속가능성’과 관련이 있다. 한 부회장은 지난 4일 ‘미래를 위한 동행(Together for Tomorrow)’을 주제로 CES 2022 기조연설을 했다. 그는 ‘기술’이 지향해야 할 가치를 ‘지속 가능한 미래’로 규정하고 △고도화된 연결성과 맞춤화 경험을 기반으로 한 혁신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한 노력 등을 통해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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