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직 사퇴" 정몽규, HDC그룹·축협은 유지…사실상 변화 없다

입력 2022-01-17 11:23   수정 2022-01-17 12:59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의 책임을 지고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사퇴한다. 다만 HDC그룹과 대한축구협회 회장직은 유지한다.

정 회장은 17일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에서 "지난해 6월 철거 과정에서 무고한 시민들이 숨지시거나 다치셨고 다시 지난 11일 시공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며 "두 사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해 저는 이 시간 이후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다만 정 회장이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에서 물러나더라도 크게 달라지는 게 없다는 게 업계 안팎에서의 분석이다. 이미 전문경영인체제를 확립해 놓은 상태인데다, 정 회장이 그룹 회장직을 유지하게 돼서다. 이번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직 사퇴로 주요 사안에 의사결정을 내리는 등 일부 경영에 관여하던 것이 사라질 뿐이라는 해석이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정몽규 회장이 사퇴함에 따라 전문경영인인 유병규 사장과 하원기 전무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며 "정 회장 사퇴로 사실상 회사 경영 자체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 회장은 "대주주의 책임을 다하겠다"며 지주사인 HDC 회장직은 유지하기로 했는데, 이에 대해서 회사 관계자는 "일단 지주사 회장직을 유지하면서 이번 사고와 관련한 수습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의미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퇴를 두고 책임 회피성 사퇴가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입주 예정자들에 대한 어떠한 안내도 없었고, 실종자 수색 등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발표들이 이어지면서다.

업계 관계자는 "HDC 지주사 내 비중이 가장 큰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직을 내려놨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진 몰라도 결국 그룹 회장직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는 없다고 본다"며 "결국 2선으로 후퇴하는 격 아니겠느냐"고 했다.

또한 정 회장은 대한축구협회 회장직을 유지한다. 정 회장은 1994년 울산 현대의 구단주를 시작으로 현대자동차 회장이었을 때 전북 현대 구단주가 됐고, 1999년 현대산업개발 회장직을 맡으면서 부산 아이파크 구단주가 된바 있다.

이어 2011년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와 2013년에는 대한축구협회 회장까지 차지해 10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래 전부터 체육계에 몸담으면서 축구를 중심으로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여기에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회장과 대한체육회 부회장 등 요직도 맡고 있다.

오세성 /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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