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종 전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사진)은 1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원외교는 정권과 무관하게 연속성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사장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광물자원공사(현 한국광해광업공단)를 이끌며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실무를 책임진 인물이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이후 자원외교 비리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돼 재판에 넘겨졌지만 2018년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언론과 인터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 전 사장은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은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최소 10년, 보통 20년은 기다려야 한다”며 “1년 단위로 사업 수익성을 평가해 과거 정부의 자원외교 노력을 폄훼하고 적폐로 낙인찍으면 자원 확보는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광물자원공사의 재무 구조가 악화됐다는 이유로 해외 자원 개발 사업을 완전히 중단해버린 박근혜·문재인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이명박 정부 시절 획득한 해외 광산 자산을 모두 매각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추진해왔다. 대신 민간 기업이 해외 자원 개발 사업에 나서면 대출을 일부 지원해줄 방침이다. 김 전 사장은 이에 대해 “민간 기업은 아무리 돈이 많아도 정부나 공기업과 함께 나서지 않으면 경쟁국과의 수주 경쟁에서 이길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광물 자산을 해외 기업에 넘기는 발주국 대부분은 계약 과정에서 상대국 공공기관의 외교적 신뢰나 보증을 요구한다.
그는 또 “단기 성과로 평가받는 민간 기업 최고경영자(CEO)는 10~20년 동안 대규모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해외 자원 개발 사업에 나설 여력 자체가 없다”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국내 기업에 안정적으로 광물 자원을 공급하기 위해선 반드시 공기업이 직접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글로벌 자원 부국으로 군림하게 된 이유도 국가가 주도해 장기적인 해외 자원 개발 투자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게 김 전 사장의 주장이다. 그는 “중국은 집권자가 바뀌더라도 꾸준히 공격적인 해외 자원 확보 정책을 펼쳤다”며 “대통령이 누가 집권하는지에 따라 자원 정책이 180도 달라지는 한국이 중국과의 글로벌 자원 확보 경쟁에서 이길 수 없는 이유”라고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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